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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넘치는 에너지 만나고 싶었다" 공연 10시간 전부터 구름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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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넘치는 에너지 만나고 싶었다" 공연 10시간 전부터 구름팬

입력
2015.03.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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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나이트 아웃' 새벽까지 열기

"독특한 가사ㆍ리듬ㆍ생기에 반해"

인종ㆍ나이 초월한 수백여명 몰려

댄스ㆍ인디록 등 한국 음악에 열광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클럽 엘리시엄 앞에서 'K팝 나이트 아웃'을 기다리며 오전부터 줄을 선 여성 관객이 크레용팝 멤버 '초아'와 '좋아요'를 합성해 만든 응원 카드를 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클럽 엘리시엄 앞에서 'K팝 나이트 아웃'을 기다리며 오전부터 줄을 선 여성 관객이 크레용팝 멤버 '초아'와 '좋아요'를 합성해 만든 응원 카드를 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크러시와 자이언티! 개코와 사이먼디도 좋아해요.”

1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클럽 엘리시엄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의 맨 앞에서 20대 흑인여성 스타 타일러씨가 상기된 얼굴로 한국 래퍼, R&B 가수들의 이름을 쏟아냈다. 지역 기독교 방송국에서 DJ로 일하는 그는 에픽하이의 공연을 보고 싶어서 휴스턴에서 3시간 동안 차로 달려와 아침 9시부터 무려 10시간 동안이나 줄을 섰다. “에픽하이 음악은 가사가 특히 좋아요. 플로(리듬을 타고 이어지는 가사의 흐름)와 라임(각운)이 잘 어우러지기도 하고요.”

매년 20만명 이상이 찾는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ㆍ영화ㆍ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가 K팝으로 불타 올랐다. 57개국 2,300여 팀이 공연하는 100여개 클럽, 바, 공연장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클럽 주변은 공연 전부터 300여명이 북적거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SXSW와 함께 만든 ‘K팝 나이트 아웃’을 보기 위해서였다. 동양계 젊은이들만으로 가득 찬 것도 아니었다. 인종과 나이를 초월해 다양한 사람들이 아이돌 댄스 음악에서 인디 록, 힙합 등 총천연색의 한국 대중음악에 열광했다.

지난해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 바버렛츠가 19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의 'K팝 나이트 아웃'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독 인기 있는 이들은 고전적인 음악과 안무로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지난해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 바버렛츠가 19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의 'K팝 나이트 아웃'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독 인기 있는 이들은 고전적인 음악과 안무로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2013년부터 시작해 에프엑스, 현아 등의 아이돌 가수와 노브레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글렌체크, YB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음악을 소개해온 K팝 나이트 아웃에는 현지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지역 신문 오스틴 크로니클은 7팀의 출연진을 소개하며 “지난해 현아를 미국으로 오게 만든 회오리바람처럼 강력한 한 방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보잘것없다는 건 아니다. 공연장이 금방 가득 찰 테니 공연을 보고 싶다면 일찍 클럽에 도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썼다.

인디 록 밴드 이스턴사이드킥과 아시안체어샷의 쇳소리 가득한 연주로 우렁차게 시작한 이날 행사는 1960년대 두왑(고전적인 R&B에 허밍 풍의 코러스가 곁들어진 장르) 스타일의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바버렛츠의 찰랑거리는 복고 사운드로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캐나다 공연에 이어 미국으로 건너온 이들은 미국의 수프림스와 한국의 김시스터즈를 이종교배한 듯한 노래와 춤, 의상으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SXSW의 음악부문 감독 제임스 마이너는 “이번 한국 참여팀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두 팀은 바버렛츠와 에픽하이”라고 꼽았다.

일렉트로닉과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행위예술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결합한 혼성 듀오 EE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은 이들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출렁거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로 유명한 히치하이커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복장으로 디제잉을 해 환호를 받았다. 아이돌 크레용팝의 인기도 뜨거웠다. 특히 히트곡 ‘빠빠빠’를 부를 땐 대다수의 관객이 가사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하이라이트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차지였다. 열혈 K팝 팬들의 함성은 체감온도 30도의 실내를 한층 후끈하게 만들었다. 7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행사는 다음날 새벽 2시에 끝이 났다.

오스틴에 거주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1987년 1회부터 SXSW에 참석했다는 스티븐 이즐리씨는 “올해로 SXSW를 지켜본 게 29번째인데 오늘 여기를 찾은 관객의 대다수는 외지인이 아니라 오스틴이나 주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일 것”이라며 “오늘은 NPR(공영 라디오방송)에서 바버렛츠의 음악을 들었는데 한국 음악은 독특한 에너지와 생기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곳에선 K팝 애호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휴스턴 시민 해나 웨이트씨는 “K팝 나이트 아웃’에 올해 세 번째로 왔는데 점점 더 새로운 팀이 오는 것 같다”며 “오늘 공연 중에선 EE와 히치하이커가 가장 독창적이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새벽에도 클럽 주변은 공연의 여운을 나누는 관객들로 시끌벅적했다. 22일 막을 내리는 SXSW의 ‘K팝의 밤’은 20일 YB, 노브레인, 솔루션스 등이 출연하는 ‘서울소닉’으로 이어진다.

오스틴=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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