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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임 안 돼, 바꿔 달라" 3월이면 앓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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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임 안 돼, 바꿔 달라" 3월이면 앓는 교실

입력
2015.03.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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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무능… 자질 부족" 민원 극성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뿌리깊은 불신

사제관계 비정상적으로 몰고가

"문제 교사라도 절차 거쳐 개선을"

# 개학 전인 지난달 말 서울 한 중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확정되자마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연판장이 나돌았다. 담임 내정 소식을 들은 일부 학부모들이 “평소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배정된 담임은 학생들을 만나기도 전에 전격 교체됐다.

#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는 작년에 반을 맡은 지 2주일도 안돼 눈물바람으로 교실을 떠나야 했다. 학생들이 그를 공공연하게 따돌리는 ‘선생 왕따’때문이었다. 사정상 A씨가 오기 직전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았는데, 수업방식이 재미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반면 A씨의 수업은 호응을 얻지 못했고, 학생들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수업은 불가능했다. 결국 A씨가 휴직을 신청하면서 담임은 다른 교사로 바뀌었다.

3월 신학기를 맞은 학교 현장이 ‘담임 교체’ 요구로 혼란스럽다. “교사가 왕따를 조장한다”며 학부모들이 2주 만에 담임을 바꾼 경기 모 초등학교(본보 18일자 8면)에서 보듯,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 간 뿌리 깊은 불신이 사제관계를 비정상으로 몰아 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교사의 무능과 자질 부족을 거론한다.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모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기 중 돌연 휴직계를 냈다. 학기 초부터 술만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자율학습으로 수업을 때우자 학생들은 대놓고 그를 무시했고, B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20일 “교사가 권위에 기대 대우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학생의 당연한 권리인 학습권을 침해하는 교사는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단언했다.

반면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선을 넘는 간섭과 힐난이 교권을 위협할 만큼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항변한다. 초등학교 3년차 교사 유모(27ㆍ여)씨는 교사가 학부모 면전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유씨는 “항의가 들어오면 학교 측이 예외 없이 학부모 편을 드는 탓에 담임을 교체하는 일도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담임 교체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7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생 30여명이 ‘폭행교사’를 바꿔달라는 집단 요구서를 학교에 제출했고, 해당 교사는 결국 사직했다. 책임 소재는 분명 교사에게 있었으나 당시 여론은 담임 교체를 사회문제화할 만큼 이례적으로 바라봤다. 당시 연판장을 돌렸던 S(28)씨는 “담임에게 맞아 붕대까지 한 친구들을 모른 체 할 수 없어 벌인 일이었지만 사건이 그리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담임 교체 요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매년 학기 초인 3월이 되면 어느 학교에서나 빚어지는 ‘3월 병(病)’이 되어 버렸다. 성적 지상주의와 교권 추락 등 교육계의 오래된 병폐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담임 교체 같은 극단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조급증이 만연해진 결과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담임 배정은 학교장 고유 권한이라 언제든 교체는 가능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뒤틀린 현상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육 주체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나일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정 세력의 입김에 휘둘려 교사를 즉시 교체하는 일은 후진적 교육법”이라며 “문제 교사라 하더라도 학교 운영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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