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농구 창원 LG가 애국가 연주 때 몸을 풀어 논란이 된 데이본 제퍼슨(29)에게 자체 최고 수준 징계인 퇴출을 20일 결정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제퍼슨은 18일 울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국민의례 때 스트레칭을 한다며 몸을 풀어 논란을 빚었다. 방송 중계 화면에 수 차례 잡힌 이후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분위기는 점점 악화됐다. 이에 제퍼슨은 19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문화든 어떠한 문화든 무시한 게 아니다”라며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통증을 느껴 스트레칭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기자회견 직전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손가락 욕 사진을 올린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LG 구단도 더 이상의 용서와 변명을 포기했다.
제퍼슨이 LG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지난 시즌부터 LG에서 뛴 제퍼슨은 LG의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에 앞장섰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평균 22점으로 득점왕에 올랐고 8.9리바운드를 곁들이며 변함없이 활약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16.17점, 8.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제퍼슨이 뛰었더라도 객관적인 전력과 체력에서 정규리그 우승 팀 모비스에 밀리는 LG는 이로써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제퍼슨의 행동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사고 이틀 만에 퇴출을 결정한 LG 구단의 대응은 발 빨랐다는 지적이다. LG는 논란이 촉발되자마자 한국농구연맹(KBL)과 별개로 자체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고, 원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울산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주선해 용서도 구했다. 이어 이날 징계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퇴출을 발표했다. 팀의 핵심 전력인 선수였기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눈치’를 볼 수 도 있었지만 LG는 축제를 치르고 있는 만큼 빠른 진화에 나서 팬들을 진정시키고 남은 선수들끼리라도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제퍼슨에 대한 징계안을 도출했던 KBL은 20일 징계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LG가 먼저 자체 징계를 내림으로써 공식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플레이오프 도중 퇴출된 사례는 제퍼슨이 두 번째인데 공교롭게 첫 번째도 LG 선수였다. 2006~07시즌 정규리그 2위로 4강에 직행했던 LG는 당시 부산 KTF(현 KT)와 3차전에서 심판을 고의로 밀친 퍼비스 파스코를 곧바로 퇴출시켰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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