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대부분이 입어 봤다" 작년 의류 3억만장 만들어 수출
마진율 한계 뛰어넘을 방법, 연구개발에 총매출 0.5% 투자도
자체 패션 브랜드 론칭의 꿈, 경험 더 쌓은 후 진출할 게획
미국인들이 즐겨 입는 나이키 지퍼형 후드 재킷, 제조유통 일괄형(SPA)브랜드인 유니클로ㆍH&M의 팬츠와 블라우스 대부분은 대체 어디서 만들어진 제품일까. 한세실업은 나이키와 갭, 랄프로렌, 아베크롬비앤피치 등 캐주얼 브랜드에서부터 내로라하는 SPA 브랜드는 물론 월마트 등 세계 대형 할인매장의 자체상표(PB) 의류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2억9,200만장 이상을 만들어 수출한 국내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의류수출 기업이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다르지만 미국인 대부분이 한세실업의 옷을 한 번쯤은 입어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세실업 주가는 지난해 초 1만9,000원이었던 것이 실적이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면서 올 들어 4만2,0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3월 현재 3만8,000원대로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과연 이 같은 가파른 주가 성장의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유통과 섬유ㆍ의복 담당 애널리스트 9년 차 경력의 서정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선임연구원과 함께 한세실업 김세한 재정부서장, 이영주 회계팀장을 만나 이 회사 사업현황과 미래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2014년 총매출액은 1조3,143만억원, 영업이익률은 7.1%였다. 회사가 발표한 예상 전망치는 5.5%였는데 1.6% 초과 달성했다. 그런데 2015년 목표는 6%대로 잡았다. 그 이유는.
“2013년 새로운 공장을 짓고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한 체력강화로 2014년엔 이익이 예상보다 컸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이 미국 수출에 유리한 국면이었고 원면가격도 하락해 큰 힘이 됐다. 이 같은 외부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매년 6%대의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올 들어 원면가격이 다소 들썩이고 있지만 1분기 환율이 뒷받침해주고 있어 목표보다는 실적이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치상 다소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은 사실이다.”
-5년 전만 해도 영업이익률 5% 달성이 가능할까 했는데 이젠 그 단계를 넘어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두 자릿수 대 성장에 맞춰질 만큼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국내 다른 경쟁사와 대만업체들만 봐도 10%대에 이르는 기업들이 많은데.
“중저가 니트가 중심인 의류 수출전문기업으로 한세가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해선 현재 마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우리보다 마진율이 높은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에 대해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만의 의류 수출전문업체인 마카롯 인더스트리 같은 경우 우리와 비교할 때 매출규모가 절반 수준인데 마진은 우리를 웃돈다. 거의 두 자릿수 대 이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이 기업의 장점은 생산구조 면에서 수직계열화가 확실히 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중국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조만간 발효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관세 혜택을 볼 수 없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으로 공장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한세의 경우 전체 생산규모의 59%가 베트남에서 이뤄지고 있어 TPP를 고려하면 우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는 셈이다. 미국 수출의 경우 면류는 관세가 18%이고 화학섬유는 35% 이상이다. TPP가 발효되면 관세가 없어지거나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마진 확보에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봉제 인프라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되고 TPP 발효로 관세 혜택을 보게 되면 지금보단 높은 이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베트남 봉제 인프라의 수직계열화 작업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나.
“2001년 베트남에 한세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이래 한세TN과 한세TG 등 3개 봉제공장이 있고 2013년에 인수한 C&T 비나 염색법인을 합쳐 총 4개 법인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현지 소싱을 통해 원단을 짜고 직접 봉제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전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서 직접 원단을 만들어 염색한 뒤 봉제하는 단계로, 안정적인 편직물 공급을 위한 편직 단지 조성도 연말이면 완공된다.”
-너무 베트남에만 편중된 것은 아닌가. 다른 지역 투자를 통해 위험분산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한세실업 매출의 지역별 비중은 주력생산기지인 베트남 59%, 인도네시아 21%, 중미 19%, 미얀마 1% 등이다. 한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등 중미지역에도 법인이 있다. 또 2013, 2014년 미얀마 진출을 위해 공장 두 곳을 인수했다. 현재 관세혜택이 있는 아이티에 대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베트남 50%, 인도네시아 25%, 중미 20%, 미얀마 5% 정도의 매출 비중으로 생산을 진행할 것이다.”
-OEM업체는 무조건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인건비보단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자동차나 전자부품 회사라면 기계화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인 패션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 생산을 기계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기엔 아직 진입 장벽이 높다. 현재 3만5,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공장마다 직접 손으로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세실업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단과 디자인 개발 능력에 있다. 2001년부터 ODM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부서를 두고 디자인실과 원단개발팀을 구성해 현재 60명이 있다. 봉제업체로선 드물게 R&D 투자를 위해 총 매출의 0.5%를 투자하고 있다. 기존의 저임금에 기반을 둔 OEM 생산에 머무르기보다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래시장을 대비해 시장의 흐름과 바이어의 요구를 먼저 읽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먼저 제안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원단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갭과 같은 세계 유수의 바이어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 때문이다. 경쟁 대상인 중국이나 대만업체들은 R&D 부분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 언젠가는 우리가 패션 디자인 제품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한세실업이 직접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얘기인가.
“브랜드를 만들기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디자인과 생산하는 단계까지는 자신이 있지만 유통분야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자회사인 아동복 전문업체인 한세드림은 모이몰른이라는 유아복 브랜드를 지난해 론칭하고 현재 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올해 중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를 판매하는 유아복 편집숍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통사업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 장기적으로 여성복 브랜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 홀딩스가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 가능한 브랜드를 물색 중이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예스24는 국내 대표 온라인 서점으로 현재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예스24는 지난 2~3년간 디지털 콘텐츠와 문화예술 티켓사업 등 신규 사업부분에 대한 투자와 대구의 물류창고 신설 등으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존에 투자한 부분을 기반으로 수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0억달러 수출을 넘어선 한세실업이 향후 20억달러, 30억달러로 성장하기 위해 걸릴 시간과 더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한세는 2018년 매출 20억달러, 2023년 30억달러라는 중장기 플랜을 가지고 있다. 매출증가는 생산 공장이 위치할 지역에 대한 투자와 인원의 수급 및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말 현재 51개 라인이 가동 중인 베트남 TG법인은 2016년 110개 라인으로 2018년 200개 라인으로 증설해 베트남 최대의 봉제공장이 될 것이다. 또한 2023년 30억 달러 수출을 위해 미얀마와 아이티 등지에 공장설립을 통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한세실업의 SWOT 분석
▦강점(Strengths)
- 매출 10억달러 상회하는 글로벌 상위업체로 대규모 수주 확보가 가능하다.
- 꾸준한 생산 확장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
▦약점(Weaknesses)
- 수출제조업인 만큼 환율변동에 민감하다.
- 수주 및 선적이 글로벌 경기 및 바이어 재고수준에 따라 좌우되며, 단가 인하압력에 시달린다.
▦기회 요인(Opportunities)
- 글로벌 브랜드 의류업체들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 동남아 벤더들에 관심이 부각.
- 베트남 기반의 벤더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앞두고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
- 베트남 섬유의류업 단계별 발전으로 원사-염색까지 인프라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위기 요인(Threats)
- 인건비가 제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생산기지가 있는 국가들의 인건비 상승은 늘 부담 요인
- 원부자재 가격 변화 등 불 특정한 외부 변수들에 노출돼 있다.
- 지주회사에 묶여 있어 사업 중복 등 내부 변수도 우려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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