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국내 첫 제품부터 오늘까지
김치냉장고 개발한 산증인
유산균 성장 조절 기술까지 개발
"중국에 김치냉장고 한류 만들 것"
1년 내내 고추가루와 씨름하는 남자가 있다. 끊임없이 김치를 만져야 하기에 손톱이 항상 붉게 물들어 있는 전종인(49) 대유위니아 딤채발효미과학연구소 소장은 국내 최고의 김치 박사로 통한다.
전 소장은 인생의 절반을 김치냉장고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몸담고있는 대유위니아는 만도기계(위니아만도 전신) 시절이었던 1995년 국내 김치냉장고 최초 출시 이후 20년 동안 뚜껑형 김치냉장고에선 단 한 차례도 국내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김치냉장고 업계에선 ‘명가’로 통하는 대유위니아의 김치냉장고 ‘딤채’는 국내 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김치냉장고 출시 20주년을 맞아 19일 서울 역삼동 대유타워에서 만난 전 소장은 “신선한 맛을 1년 내내 유지시켜 주는 것이 딤채의 성공 비결”이라며 “경쟁사 제품들은 그만큼 맛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김치 종류에 따라 익는 온도와 습도가 다른 점을 적절하게 지켜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전 소장은 김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의 성장 패텬을 고려해서 4계절에 맞는 환경을 적절하게 제공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김치에 포함된 유산균을 장기 복용하면 면역력이 향상되면서 아토피 증상 지수도 3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로 김치 유산균의 효과가 탁월하다”며 “이를 지켜주는 것이 맛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전 소장은 알아주는 김치 명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1993년 에어컨 전문 업체로 대유위니아의 전신이었던 만도기계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만든 김치냉장고 사업부에 배치되며 인생이 달라졌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구동 원리가 비슷해 선뜻 김치냉장고 사업부를 신설했지만 내부에서 과연 김치냉장고가 성공하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김치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한 점이었다. 그는 “김치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래서 냉장고를 만들기 이전에 김치부터 파고 들어야 했다” 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때부터 전 소장의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김치냉장고 사업부 소속 연구원들과 직접 김치를 담가 먹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연구원들은 일반 사람들이 먹는 1일 소비량(70~80g)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김치를 더 먹어야 했다. 그는 “워낙 김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은 속이 쓰려서 김치냉장고 연구를 할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담근 김치가 100만 포기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친 김치냉장고는 출시 초반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강남의 부유층을 상대로 한정 판매했던 김치냉장고가 입소문을 타면서 졸지에 전국적인 인기상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전 소장은 “무엇보다 김치 종류에 따른 코스별 저장 방법을 마련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며 “덕분에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도 현재 연간 1조원 규모에 이를 만큼 커졌다”고 전했다.
전 소장은 요즘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김치 수출 요건이 완화된 만큼 중국 김치냉장고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전 소장은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 수출이 늘어나면 김치냉장고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며 “김치 한류를 만들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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