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 가을 미국 TV 방송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TV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TV를 시청할 수 있게 돼 방송업계뿐 아니라 TV 제조업체에 파장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지상파방송과 케이블채널인 ABCㆍCBSㆍ폭스, ESPN 등을 포함해 미국 방송사 25곳과 온라인TV 서비스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월트디즈니, 21세기 폭스 등 대형 영화 제작ㆍ배급사들과 콘텐츠 공급도 협상 중이다.
애플은 지난 9일 미국 케이블TV 시청률 1위 업체 HBO와 손잡고 HBO의 모든 콘텐츠를 애플 기기에서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 ‘HBO 나우’를 다음달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온라인TV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집 안의 TV가 그대로 손 안에 들어오는 셈이다. 서비스 가격은 월 30~40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이처럼 방송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콘텐츠를 강화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코드커터’가 증가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미국 내 코드커터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넷플릭스ㆍ아마존닷컴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료방송 이탈 현상은 더 가속화하는 추세다.
애플 아이폰은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절반에 이를 만큼 미국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아이패드까지 포함하면 애플 기기를 한 대 이상 가진 미국인은 훨씬 더 많아진다. 따라서 애플이 온라인TV에 뛰어들면 미국 유료방송 업체들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미국을 시작으로 온라인TV를 전 세계에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관련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온라인TV가 한국에 들어오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방송(IPTV)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ㆍTV 제조사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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