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硏 사무총장 부임
애국지사 故 김현구 선생의 손자
“할아버지가 사랑한 조국에서 백신 연구에 몸을 바치고 싶습니다.”
지난 1일 국제백신연구소(IVI) 3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제롬 김(56) 사무총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신 연구를 위해 한국에 부임한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IVI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백신 개발과 보급을 전담할 목적으로 1997년 설립됐다. 국내(서울대)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이미 두 명의 전임 사무총장이 한국을 거쳐갔지만 김 사무총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1900년대 초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서 해외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애국지사 고 김현구 선생의 손자이다. 할아버지가 미국의 도움을 얻으려 타향살이를 한 지 100년 만에 손자는 백신 연구에 투신하기 위해 고국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어린 시절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 무슨 일을 했는지 몰랐다. 김현구 선생은 그가 여덟 살 때인 1967년 세상을 떠났다. 김 사무총장은 성인이 돼서야 할아버지가 남긴 자서전이 영어로 번역돼 하와이대에 비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구해 읽고 나서야 비로소 신념으로 똘똘 뭉쳐 독립운동에 뛰어든 투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IVI 사무총장직을 받아들여 한국에 보금자리를 튼 것도 할아버지의 조국 사랑이 큰 계기가 됐다. 김 사무총장은 “할아버지가 몸바쳐 헌신한 한국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조부의 삶을 통해 대의를 위해 일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말했다.
미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군 에이즈바이러스(HIV) 연구 프로그램의 수석 부책임자를 지낸 김 사무총장은 HIV 백신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백신 관련 논문만 160여편이나 되고, 지난해에는 ‘백신 네이션’이 선정한 ‘백신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 넣은 에볼라바이러스를 거론하며 백신 개발에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에는 수십 년 시간과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슈가 터질 때만 잠깐 관심을 보이는 식이면 결코 에볼라 백신을 개발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 및 대학,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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