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늘린다고 풀릴 문제일까. 일자리 부족은 필연이다. 노동은 더 이상 사람 몫이 아니다. 파이는 충분하다. 하지만 놀면 먹을 자격이 없다. 박탈된다. 구직 경쟁은 조장된 현상이다.
“수능 치르는 10대가 60여만명이고, 열 중 일고여덟은 대학에 들어가 대학 졸업자 수는 연 50만명에 이른다. 그 후 코스가 뻔하다. 삼성그룹 공채에 응시하는 인원만 한 번에 10만명 넘고, 5ㆍ7ㆍ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젊은이도 연간 20만명이 넘는다. 이런 구직 대열에 선 청춘들이 피란 행렬에서 죽기 살기로 달리던 덕수 할아버지보다 월등 편하고 행복해졌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사교육은 이런 현실이 빚어낸 고열 증세 같은 것인데 교육 당국은 안이하게도 수능 방식만 바꾸면 고열도 사라질 것이라며 오랫동안 임시 요법에만 매달려왔다. 엊그제 발표한 수능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 일자리를 향한 경쟁이 이리 치열하게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건 일자리를 펑펑 만들어내지 못하고 바퀴가 점점 느려지는 우리 경제 체질 탓이고, 그 틈바구니에서 ‘먹고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라는 걸 절감하는 부모 세대의 불안이 자식한테 이식된 탓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형 교육’으로 거듭나지 못한 채 20세기 성공담에만 머물러 있는 한국 교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갤럽 회장이 ‘3차 대전’에 비견한 일자리 전쟁에서 승자가 되는 길은 쉽고도 어렵다. 일자리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존재는 기업가요, 사회 전체가 기업가 에너지를 팍팍 올려야 하는데 그 씨앗은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부터 잉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야 할 게 딱 배 한 척뿐이라면 죽기 살기로 다들 뛰어갈 게 아니라 친구들을 몽땅 태울 우주선이나 우주선 회사를 만들겠다는 배짱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술대에 올릴 건 ‘수능 영어’가 아니라 ‘교육부’(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경희 사회정책부장) ☞ 전문 보기
“택배노동자가 화물 1건당 받는 돈은 700원. 이런 700원들을 모아 회사 로고가 새겨진 탑차 할부금과 보험료를 내고, 기름을 넣고, 점심을 먹고, 스마트폰 할부금과 통신비를 낸다. (…) 무인기는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의 택배노동자를 당할 길이 없다. (…) 자동화로 ‘훨씬 더 적은 노동으로 모든 필요를 더 잘 충족’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노동자를 ‘여가의 사회’가 아닌 ‘실업의 사회’로 이끌 위험이 크다고 고르는 이미 37년 전에 경고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생산의 문제는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분배의 문제만 있다는 점을 의식하게 된다면, 현재의 사회 시스템은 유지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지배집단은 인민한테 더는 오늘날처럼 많이 노동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말하는 대신 ‘노동이 필요없게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차츰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되리라고 말하는 대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노동자가 다른 경제적 합리성을 위해 연대하는 대신, 아주 희소한 일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게 하려 할 것이다. (…)””
-실업의 황금시대, 무인기와 택배노동자(3월 12일자 한겨레 ‘편집국에서’ㆍ이제훈 사회정책부장)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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