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명 중 절반 넘는 31명 물갈이, 학계·금융계 출신 21명 가장 많아
신한은행이 18일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함에 따라 올해 은행권 사외이사 진용이 완성됐다. 경쟁 금융사 출신이 발탁되거나 학계 전문가 출신의 비중이 느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관료 출신에 대한 선호가 여전하고 현 정부 임기 3년 차와 맞물리며 정치권 출신이 약진하는 등 사외이사들의 정치색이 강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9일 한국일보가 차기 이사회 구성을 마무리한 올해 5대 금융지주 및 시중은행(신한 KB 우리 하나 NH)들의 사외이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5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 이상(31명)이 새롭게 선임됐다.
신규 사외이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계(14명)와 금융업계(7명) 출신이다. 이를 두고 작년 말 도입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외이사의 자격기준으로 전문성을 명문화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학계 출신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여당과 직간접인 관련이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서울대 교수 출신이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민상기 NH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나 남편이 새누리당 소속 청주시장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우리은행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관료 출신이거나 정치권에 몸담은 전력이 있는 인사도 5명이 새로 포함됐다.
신한은행은 학계와 언론인 출신인 강동수 박경서 이규민 사외이사가 빠진 자리에 관료 출신 황선태 전 법률공단 이사장과 재일교포 사업가 후쿠다 히로시 쿄와 이사, 황국재 서강대 경영학 교수를 선임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대신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새로 선임됐다. 관료 출신이 2명, 일본계 인사가 1명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1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 출신과 일본 관련 인사가 각각 6명으로 늘어났다. 사외이사는 아니지만 최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 5곳의 상근감사를 선임하면서 4명을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KB사태를 겪으며 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가 전원 사퇴한 KB금융은 11명의 새로운 인물을 선임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경쟁사인 신한은행의 창립 멤버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그리고 삼성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영입한 점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 절차를 통해 추천된 이병남 LG인화원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교수도 각각 LG 구조조정본부 부사장과 씨티은행 부행장 등의 이력이 있다. 리딩뱅크를 탈환하려는 KB의 ‘절치부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과 양원근 전 KB금융 부사장이 하나금융 신규 사외이사로, 송기진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외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KB금융이나 하나금융 역시 관피아(관료+마피아)나 정피아(정치+마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우찬 변호사는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국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선임하는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부단장 자리를 연임했다. 하나은행은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의 이기배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국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을 정부와 관련된 인사로 채웠다. 홍일화 여성신문 상임고문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이고, 학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도 현 정부 실세인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출신이다. NH농협금융지주도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합쳐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을 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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