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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 논리에 빛바랜 EBS2

입력
2015.03.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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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교육방송이 EBS 채널(10-1) 외에 EBS2 채널(10-2)을 출범시켜 한국 최초로 지상파 다채널 시대(MMS)를 열었다. EBS2는 KBS2와 같이 새로운 채널이 아니라 기존의 EBS 채널을 쪼갠 것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방송사가 주어진 주파수에 복수의 채널을 전송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로써 케이블과 위성, 각양각색의 디지털TV 플랫폼으로 다채로워진 TV 환경에 또 한 번의 기술 진보가 실현됐다. 융합 미디어 시대에 지상파의 콘텐츠 다양성 실현을 위한 체제가 완비돼 방송의 수용자 복지는 좀 더 두터워졌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직 EBS2의 존재를 잘 모른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채널을 찾아보기 힘들다. EBS2는 전국적으로 7%도 채 안 되는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를 제외한 케이블, IPTV, 공시청 가구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방송과 케이블사 간의 재송신 협의가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케이블사들이 방송법에 따른 의무재송신에 준해 EBS2를 재송신하기로 합의하고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케이블사는 EBS2에 시범서비스 이후에도 재송신료를 받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공의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수방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교육방송은 공공서비스 채널이며, EBS2를 통해 보편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곧 양극화된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창의적 콘텐츠 발굴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MMS는 미디어 사업의 확장이라는 상업적 목적에 경도되었던 지상파 DMB와 달리, 더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용자 복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신성장 동력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구호도 실질적인 수용자 복지가 늘어나야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MMS에 걸맞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교육방송으로서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교육방송은 ‘초중등 학습지원 및 영어 교육 콘텐츠, 다문화·통일 교육 콘텐츠’를 EBS2의 기본 편성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교육 보완과 평생학습이라는 교육방송의 설립이념을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편성방향이다.

문제는 너무 무난하다는 점이다. 세 가지 편성 방향을 하나로 묶는 편성이념은 무엇인지, 그것이 EBS1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현재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충분히 차별적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KBS가 1980년 공영방송 병합 이후 12년이나 지나서야 KBS1, 2 두 채널간 차별성을 완성시켰던 점을 염두에 둔다면 교육방송 역시 당분간 채널 경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을 것이다.

편성이념과 함께 ‘콘텐츠의 질’도 고민해야 한다. EBS2에서 새로이 선보인 콘텐츠에 가끔 놀라기도 한다. 제작자의 고민과 창의가 엿보인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지식 콘텐츠의 전형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칠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칠판 화면은 이미 그 자체로서 권위적이고 아날로그적이다. 칠판을 대신할 수많은 디지털 표현방식을 찾아야 한다. 적은 제작비에 맞는 콘텐츠 혁신이 요구된다.

교육방송은 2000년 공사화 이후 방송을 통한 지식사회 실현에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 ‘지식채널’은 교육방송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디지털 기술을 다른 어떤 채널도 아닌 지식채널을 확장하는데 제일 먼저 사용한 것은 분명 혜안이다. 그 지혜가 빛을 발하려면 질 좋은 콘텐츠를 지식을 갈구하는 모든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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