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10대 중ㆍ후반 청소년들의 필독서를 꼽으라면 단연 ‘The Fault in Our Stars’이다. 이 책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됐다. 8일 기준으로 118주째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청소년 소설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리 집 애가 이 책을 사달라고 하던데, 읽으려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사니까 그저 따라서 하는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존 그린의 장편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10대 후반 청소년들이 열광할 많은 소재와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암 투병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첫 사랑에 빠진 소년ㆍ소녀의 이야기인데다가 기성 세대에 대한 사춘기 특유의 반항도 녹아 있다.
이 소설은 말기 암 환자인 16세 소녀 헤이즐이 교회 환자 모임에서 골육종(뼈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다리 하나를 절단한 소년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호흡이 곤란해 산소 탱크가 신체 일부나 다름없고 항암제 부작용으로 얼굴도 부은 헤이즐은 첫 눈에 의족을 한 어거스터스가 맘에 들었지만, 첫 만남에서는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진심은 곧 통했고, 둘은 주위의 불안한 시선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위안하며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죽음의 공포를 서로와 함께하는 행복한 나날로 이겨 낸다. 영화도 보고, 게임도 즐기고 때로는 부모님에게 반항한다.
급기야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평소 동경하는 작가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동행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의지하는 관계는 갈수록 깊어진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대화도 나온다. “여행자들은 암스테르담을 죄의 도시라고 하지만, 실은 자유의 도시야. 그런데 그 자유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죄를 발견하게 되는 거지”라는 어거스터스의 말은 미국 청소년들의 즐겨 인용하는 표현이 됐다.
그러나 추억의 여행은 골육종에서 회복됐다던 어거스터스의 병세를 마지막 상황으로 몰고 간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에게 자신의 암이 온 몸으로 펴진 사실을 고백한다. 또 헤이즐이 장례식에 와 주고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소설은 잊히는 게 아니라 영원히 간직되길 원했던 소년의 죽음과 함께 마무리된다.
이 책은 미국의 베스트셀러가 그렇듯이 지난해 여름 동명의 영화가 개봉된 이후 서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이 됐다. 미국에서의 흥행몰이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지난해 8월 ‘안녕 헤이즐’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됐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녀 세대들이 열광하는 것과 달리 미국 어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 코너에는 어른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10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냈다’ ‘환상적이면서도 재밌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내용이 현실적이지 않다’ ‘욕설이 많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을 부추긴다’는 악평도 있다. 세계 어느 곳이나 자녀 교육은 기성세대의 영원한 숙제인 듯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