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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훈풍 타고… 지방 큰손들 수도권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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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훈풍 타고… 지방 큰손들 수도권 몰린다

입력
2015.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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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오를대로 올랐다" 강서ㆍ강북 등까지 원정투자

신규 분양받고 매입하고… 수도권서 '쌍끌이 장세' 견인

실수요자에 가수요까지 합세, 전세ㆍ매매 동반 품귀 우려도

#. 최근 대구에서 올라온 5명의 ‘아줌마 부대’가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 나타났다. 이들은 인터넷 투자 모임에서 만난 원정 투자자들로, 행신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로 나온 전용면적 59㎡를 1억8,700만~1억9,000만원에 각각 한 채씩 사들였다. 그리고는 같은 날 다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으로 건너가 같은 면적을 2억7,000만~2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 대전 동구에 사는 자영업자 40대 이모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분양중인 ‘꿈의숲SK뷰’ 전용면적 84㎡를 4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미리 계약을 하고 온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에 온 이씨는 분양가가 3.3㎡ 당 1,400만원으로 서울에서 이만큼 싼 곳이 없고, 왕십리와 상계동을 연결하는 동북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이 지역이 역세권으로 바뀌는 등 여러모로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시장 훈풍을 타고 지방투자자들의 수도권 원정 투자가 늘고 있다. 과거엔 강남 일대나 송파 분당 등 신도시가 개발되는 지역에 국한돼 손을 뻗쳤다면 요즘은 강북 강서 등으로 투자 지역의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시장이 동시에 ‘쌍끌이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이런 원정 투자자들의 합류가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의 꿈의숲SK뷰는 504가구 중 450여가구가 계약을 끝냈는데 이중 서울과 수도권 외 지방 계약자 비율이 15%에 이른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꿈의 숲 롯데캐슬’은 전체 계약자(615가구) 중 10%가 지방 거주자다.

수도권에서도 원정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김포한강신도시에서 GS건설의 한강센트럴자이(3,481가구) 역시 지난해 5월 청약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방 계약자(200여가구)들이 미분양을 찾으면서 올해 1월 분양 물량을 완판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잔여물량을 분양 중인 대우건설의 ‘한강신도시 3차 푸르지오’(1,510가구)도 계약자 중 330여 가구가 지방 주민이다.

김윤배 꿈의숲SK뷰 분양소장은 “부산, 대구, 창원, 인천 등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최근 몇 년 간 전국에서 집값이 제일 많이 오른 대구에서 많이 계약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최근 5년 새(2011년2월~2015년2월)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로 38.41%나 됐다. 또 서울(-3.26%)과 수도권(-2.77%)은 마이너스 성적을 거둔 반면 대전(11.49%), 부산(16.45%), 울산(27.33%), 광주(28.4%) 등 지방 대도시들은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지방은 그간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로 번지는 것까지 우려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과거 투기 바람이 불 때는 강남 고가 아파트나 분당 판교 등 개발 붐이 불었던 신도시 위주로 접근했다면 요즘은 강북이나 수도권의 브랜드 아파트 중 미분양된 단지 또는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의 기존 아파트들을 눈여겨보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에선 임대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 수도권으로 투자처를 옮기려는 것”이라며 “강북이나 수도권은 중소형 아파트를 5억원 미만으로 살 수 있고 월세 전환이 빠른 곳도 많아 이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도권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은 주택이 많아,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면 저비용(초기투자비용) 고수익(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원정투자 수요가 최근의 집값 오름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원정투자자들로 인해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이니 사야 하나’라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전셋값에 떠밀려 타의로 매매로 돌아서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가운데, 이런 가수요까지 합세하면서 전세와 매매의 동반 품귀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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