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과 친분' 하청업체 대표
포항상의 회장 후보 돌연 사퇴
'영포 라인' 정치인들도 상황 주시
검찰이 포스코건설에 이어 포스코와 계열사까지 칼날을 겨누자 포스코의 본산인 경북 포항지역 정ㆍ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포항의 경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그물처럼 얽혀 있다. 포항상공회의소 상공위원 명단만 봐도 총 48명 가운데 절반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의 계열사나 외주 파트너사 등 관련 기업 대표들이다.
최근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B사 대표 P씨가 갑작스레 후보 사퇴를 하자 일각에선 포스코 수사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P씨가 운영하는 B사는 포스코건설의 전기설비 공사 하청업체다. P씨는 포항제철소 내 전기배선 공사업체 경영권도 갖고 있다. P씨는 이명박(MB)정부의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돈독한 관계로 알려지며 포스코 관련 수사 때마다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러한 소문에 P씨는 “박 전 차관과는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데 의심을 받아 억울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P씨의 출마 포기에 포스코 수사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포항지역 경제인들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 J사 대표 L 회장의 경우도 역시 포스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함께 거론돼온 인물이다. 그는 최근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주변에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L 회장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돼 지난 2012년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L회장은 지금까지의 수사에선 무혐의 처분이나 미미한 처벌만 받았다.
그러나 MB정부 때 포스코와 연결돼 급성장했던 포항지역 경제 인사들에게 이번 수사의 압박감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포항의 한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는 “작년 말 그룹 인사에 불만을 가진 포스코건설 직원이 자료를 들고 나가 수사기관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때문에 이번에는 비리 연루자들이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정계도 좌불안석이다. MB 정부 때 승승장구했던 정치인들은 포스코 수사로 행여 자신들의 지지세가 위축될까 우려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수사가 MB 정부 실세들을 본격 향할 경우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지방선거판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항지역 한 정계 인사는 “MB 정부 때 큰소리를 쳤던 인물들이 이번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정ㆍ재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며 “중앙 권력 차원의 문제로 지역이 휘둘리는 것인데 그 파장이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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