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개 기업·20만명 참가
트위터·포스퀘어 성장 디딤돌 역할
생체공학·ICT 융합 기기 화제 모아
한국 '강남에서 온 괴짜들' 5개 업체
웨어러블 기기 등 선보여
대규모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도로가 끊겼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고립된 재난현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갑자기 재난 현장 상공에 무인 비행기인 드론이 나타났다. 재난 현장을 한 바퀴 둘러본 드론은 원격 상황실에서 지시한 위치로 다가가 내장하고 있는 3D프린터를 이용해 특수 소재를 내뿜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갈라진 도로 위로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임시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선보인 재난 구조 드론의 미래 활약상이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막한 미국 최대 음악ㆍ영화ㆍ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IT산업이 다른 산업과 만났을 때 어떻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지 보여줬다. 세계 최대 초기 단계의 창업기업(스타트업) 박람회인 SXSW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 트위터와 포스퀘어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 행사에 20만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모여 다가오는 미래의 변화를 지켜봤다.
지금까지 SXSW 인터랙티브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는 각종 기기 기술이 축제의 중심을 차지했다. 로봇, 착용기기(웨어러블), 다양한 분야와 결합한 3D 프린터, 생체공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시킨 기기가 화제를 모았다.
SXSW가 주 행사장 근처 JW메리어트호텔에 따로 마련한 ‘로봇동물원(로봇 페팅 주)’에는 특이한 로봇들이 전시됐다. 특히 인간의 움직임을 인식해 곧바로 반응하는 로봇,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구분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소형 로봇, 스스로 운전하며 촬영까지 하는 소형 종이 자동차 로봇 등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난현장에 투입 가능한 드론이었다. 공중에서 3D프린터로 특수 소재를 내뿜어 소규모 구조물을 지을 수 있는 드론은 사람이 다가가기 힘든 재난 현장에 구조나 대피를 위한 임시 다리나 통로 등을 만들 수 있다. 아직은 개발단계이지만 워낙 독특한 개념이어서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무인승용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 곳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동영상으로 자동차가 비행하는 모습을 선보인 슬로바키아 기업 에어로모빌의 유라이 바출리크 사장은 “2017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생체공학 역시 올해 SXSW의 화두였다. 세 명의 일본 청년이 만든 엑시는 사이보그를 다룬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의수로 화제를 모았다. 곤도 겐타 사장은 “사용자가 직접 3D프린터로 제작하는 의수”라며 “기존 가격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강남에서 온 괴짜들’이라는 이름으로 5개 신생 업체가 참여했다. 걸음걸이 교정 웨어러블 기기 개발 업체 ‘직토’와 소비자가 디자인한 구두를 판매하는 ‘유아더디자이너’, 중소 상공인 대상 홍보 동영상 제작 업체 ‘500비디오스’ 등이다. 영화제작사20세기폭스도 한국 스타트업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는 “SXSW에 참여 기업들을 보면 세상이 거대한 혁신의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IT 신기술이 전통 산업과 결합할 때 기존의 산업 체계는 완전히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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