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자율 가격제라 규제 어려워"
무릎이 좋지 않아 평소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패취’를 사용하는 이말숙(65)씨는 인천의 동생집 근처 약국에서 구입하려다 약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 집 근처에서는 3매들이 한 팩을 2,000원에 샀는데, 세 배가 넘는 6,500원을 달라고 한 것. 이씨는 “약국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세배 넘게 차이 나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18일 보건복지부의 ‘2014년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 가격이 약국과 지역에 따라 최대 3.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영양제 7종, 감기약ㆍ소화제ㆍ파스류ㆍ해열진통제 각 4종, 외용연고 3종 등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많이 판매되는 50개를 정해 지난해 하반기 전국 2,500여 개 약국을 대상으로 판매가를 비교했다.
파스류인 ‘트라스트패취’는 서울, 부산, 대구, 충북 일부 약국에서 3매들이 한 팩이 2,000원에 판매됐지만, 인천 남구에서는 최고 6,500원에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은 제품이 전북 진안의 한 약국에서는 7,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감기약인 ‘하벤허브캡슐’도 10캡슐짜리 한 팩이 경기 하남에서는 1,200원이었으나 충남 홍성에서는 최고 4,000원에 팔렸다. 해열진통제 ‘펜잘큐정’(최저 1,800원, 최고 5,000원), 파스제품 ‘제놀쿨카타플라스마’(최저 1,300원, 최고 3,500원), 소화제 ‘베아제정’(최저 2,000원, 최고 4,500원)도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났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도 약국에 따라 약값 차이가 났다. 서울 시내 평균 가격이 2,226원인 펜잘큐정은 용산구에서는 5,000원에, 동작구, 양천구, 종로구 등에서는 1,800원에 팔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이모씨는 “같은 약이라도 구입 시기별로 가격이 다르다”며 “약을 대량 구입하는 큰 약국은 비교적 약을 싸게 들여오고, 작은 약국은 주력 상품을 정해 마진을 안 남기거나 밑지고 싸게 내놓아 환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약값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약값 편차에 따른 소비자의 혼란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판매자가 자율 가격을 표시하는 상황이라 규제가 쉽진 않다”며 “가격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시해 약국들이 합리적인 가격 선택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울릉이나 경남 의령 등 비교적 약국이 많지 않은 도서ㆍ산간 의료취약지역의 약값이 특히 비싼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대도시는 약국간의 경쟁으로 약값이 어느 정도 안정화돼 있지만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은 생필품과도 같은 상비약을 거액에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공약국 지원 등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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