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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가 야구 방망이 드니 시청률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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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가 야구 방망이 드니 시청률 쑥쑥

입력
2015.03.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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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화장 번진 조커 분장에 울고 불고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현숙 역할은 코믹하면서도 슬프고 인간적인 모습을 한 번에 보여 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했다. 사진은 극중 화장이 번진 얼굴로 야구 방망이를 들고 10대들을 훈계하는 채시라. KBS제공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현숙 역할은 코믹하면서도 슬프고 인간적인 모습을 한 번에 보여 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했다. 사진은 극중 화장이 번진 얼굴로 야구 방망이를 들고 10대들을 훈계하는 채시라. KBS제공

급이 다르다. ‘대체 불가능’이다. KBS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40대 여배우가 품어낼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해내는 배우 채시라(48). 수목극 1위로 10%가 넘는 시청률이 오롯이 그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시라는 공부 잘하는 언니에 가린 사고뭉치, 천덕꾸러기 김현숙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라는 표현은 식상한 미사여구일 뿐이다. 아예 작정하고 망가진다고 하는 게 맞다.

2월 25일 첫 방송부터 그는 뽀글거리는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툭하면 “내가 왜 잘난 게 없는 인생이야? 딸이 교수인데!”라고 떠들어대며 고등학교 퇴학 이후 억눌린 삶을 살아온 심정을 분출했다. 이미 1, 2회에서 보여준 연기 퍼레이드만으로도 시청자를 홀릴만했다. 요리연구가인 어머니(김혜자)의 전 재산을 사기 당해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고, 사기 당한 돈을 만회하려 불법 도박을 벌이다 경찰에 쫓겨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잘해보고 싶었는데 안됐다. 나 같은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오열할 때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이 터졌다. 대학교에서 불명예 퇴출당한 딸을 위해 무릎을 꿇는 등 철부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줌마를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채시라는 “연기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신이 났다고 할까, 익사이팅하다”며 “3년 정도 쉬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 드라마의 대본을 받고 나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고, ‘내가 배우였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꼽는 채시라 연기의 압권은 불법 도박장에서 도망쳐 나와 울다가 10대 남학생들이 ‘왕따’를 구타하는 것을 본 장면이다. 채시라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눈가와 입술에 화장이 번진 모습으로 야구 방망이를 하나 들고 아이들을 교화(?)한다. 시청자들은 “채시라가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명장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채시라는 “코믹, 허당, 인간적인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며 “계산하지 않고 완전히 ‘날 것’으로 연기할 수 있어서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1984년 초콜릿 CF 모델로 데뷔해 하이틴 스타로 급부상한 채시라는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의 윤여옥, ‘아들과 딸’(1992)의 안미현 등 청순하거나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러다 최근 SBS ‘다섯손가락’(2012), JTBC ‘인수대비’(2011),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2009), KBS ‘해신’(2004) 등을 통해 카리스마 있고 주체적인 여성상으로 남다른 포스를 풍겼다. 그러다 3년 만에 컴백한 드라마에서 망가지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으니 시청자들에겐 즐거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정해룡 CP는 “하이틴 스타에서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여배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채시라는 연출자가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밝혔다. 채시라도 “배우가 기대와 정반대 모습을 보이면 시청자들이 희열을 느낀다”며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드라마 속 현숙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자식에게 매달리지 말고 무엇이든 내 만족을 위해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엄마들이 그럴 수 없잖아요. 그걸 표현해내는 제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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