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출연 영화도 개봉
세월이 흐른 탓일까. 70년대 중반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태양 닮은 소녀’ ‘삼포가는 길’로 백상예술상, 대종상 신인상을 휩쓴 배우 문숙(61)씨.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그를 연예인으로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성기로부터 40년 가까이 훌쩍 지났지만 흰색으로 물든 긴 머리에 가녀린 체구,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 불리던 서구적인 이목구비의 첫 인상은 여전히 그를 돋보이게 했다.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자취를 감췄던 그가 요가와 자연 치유식 전문가로 돌아왔다. 요가와 치유식에 대한 그의 노하우를 담은 책 출간과 함께 배우 한효주 유연석을 비롯 일본 배우 우에노 쥬리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뷰티인사이드’로 37년만에 스크린 컴백도 앞두고 있다. 20일부터는 강원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자연 속 요가를 즐기는 포레스트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지난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영화도 찍게 되고 또 요가와 치유식에 대한 강의 요청이 생기면서 한국에 남게 됐습니다.”
그는 이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산다는 게 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고 이런 고민은 특별한 병명이 없음에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통증으로 이어졌다. 그때 그의 평상심을 되찾게 해준 것이 미술과 요가, 명상이었다.
산다는 게 뭔지 답을 찾았느냐에 대한 물음에 그는 “특별한 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 우리는 삶과 죽음이 함께 들어있는 티켓을 받게 되는데 이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다”고 답했다.
“요가는 어떤 의도로 시작했던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가를 하다 보면 내 몸에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먹는 것과 생활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오히려 남성들,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게 요가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문씨는 채식위주의 식단을 권한다. 슬픔, 원한이 담긴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에게 당장 고기를 끊으라고 주문하지는 않는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선택을 돕고, 변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뷰티인사이드’에서는 배우 문숙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효주를 캐스팅한 영화사 측이 한국에 있는 그를 섭외하길 원했고, 하와이에 있을 때 연이 닿은 한씨가 연결다리가 됐다. 그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전부 디지털로 바뀌었더라. 오랜만에 하려니까 참 어려웠다”면서도 “물고기가 물로 들어온 것 같이 좋았다”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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