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다. 외려 무뎌졌으니 말이다. 착각 탓이다. 여성 남성화(化)가 양성평등은 아니다. 일방 대상화는 여전하고 상호관계 실현도 멀다. 남녀 막론한 마초화는 무참한 퇴보 아닌가.
“여성들이 사회적 지위 향상과 함께 적극적으로 자기를 드러낼 줄 알게 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이나 적극적인 애정표현의 수위가 곧 이성관계에서의 양성평등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경향은 안타깝다. 가장 중요한 전제인 상호 동의와 배려는 빠져있으니 균형이 안 맞는다. 이런 시각에서 서강대 성희롱 사건은 청춘남녀 사이의 재미난 장난거리, 웃어 넘기면 쿨한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청소년층에 이런 불균형적 성 인식을 심어준 데에는 선정적이거나 전도된 가치를 담은 대중문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민망한 노출과 당당한 자기표현을 간혹 헷갈린다. (…) 욕망과 감정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게 마련이나 그것을 표출하는 데에는 사회가 용인하는 한도가 있어야 한다. 그 극단적 층위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없다면 성과 표현의 자유는 분별없음으로 도치되고 만다.”
-선정성의 일상화(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김희원 문화부장) ☞ 전문 보기
“최근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들이 새내기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 학생들이 배치된 방 이름도 에로비디오 제목처럼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낯 뜨겁게 붙였다. (…) 대학가의 일그러진 성문화는 뿌리가 깊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는 가부장적 의식에 젖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에야 다들 쉬쉬했지만 민주화 이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운동권의 마초적 풍토는 도마에 올랐다. (…) 다방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춘 알파걸 시대, 새내기 여학생들이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짐작할 만하다. (…) 같은 학과 선배들이, 그것도 학교 행사에서, 저급한 마초문화를 후배 여학생들에게 써먹을 일은 아니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의 성희롱(3월 12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ㆍ고미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아버지가 세운 포스코를 살리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오명의 자취가 어른거린다. 정치 보복.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박태준 회장을 현장 총책임자로 내려보내 포항 모래밭에 세운 포스코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산업은행이 포스코 지분 36%를 매각하면서 정부가 포스코의 지배구조에 관여할 수 있는 권리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오너가 없는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챙겼다. 이상득(SD) 전 국회부의장은 지역구가 포항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힘깨나 쓴 영포(영일·포항)라인의 정점으로 역대 어느 정권 사람들보다도 포스코를 꿰뚫고 있었다. (…) 정준양 전 회장은 2007년부터 포스코 사장을 하다가 2008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밀렸으나 석 달 만인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SD의 11년 보좌관인 박영준 씨가 정 회장을 옹립하는 심부름을 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노출됐다. (…) 포스코는 이상득 박영준의 자원외교도 적극 거들었다. 자원외교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 배당돼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 타이밍이 안 좋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포스코와 자원외교를 수사하면 칼끝이 어디에 닿을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포스코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정치 보복을 경계했다.”
-포스코가 ‘박근혜 사정’ 1호로 찍힌 이유(동아일보 기명 칼럼ㆍ황호택 논설주간) ☞ 전문 보기
“과거보다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게 권력의 매력이고 긍정적인 면이다. 문제는 그 희망과 기대가 너무 빨리 너무 쉽게 산산조각나 흩어질 때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포스코 수사가 그렇다. 정권은 부패 척결의 의지를 드러내지만, 눈에 밟히는 건 오히려 권력이 내거는 가치란 게 얼마나 가볍고 주관적이며 찰나적인가 하는 것이다. 보수 인사들이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긴 ‘포항제철’은 이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을 잡아먹기 위한 불쏘시개로 기억될 뿐이다. (…) 권력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에 자기 사람을 심고 이런저런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켜온 건 모든 정권이 다르지 않았다. 그 결정판이 지금 수사 대상에 오른 이명박 정부의 포스코다. (…) 이명박 정부에서 포스코 장악을 위한 정치적 외압은 과거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노골적이었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 측근인 박영준씨가 포스코 회장 후보들의 면접을 보러 다닌 건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포스코에 칼을 들이대는 건 너무 상투적이다. (…) 그러나 검찰 수사의 끝이 포스코의 정상화라고 여기는 이는 새누리당 안에도 별로 없다. 3년 뒤 그 칼끝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을지가 솔직히 더 궁금할 뿐이다.”
-포스코, 칼의 굴레(한겨레 ‘아침 햇발’ㆍ박찬수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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