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제를 살리는 ‘자애로운 안내자’ 대신 경쟁을 독려하고 속내를 내보이지는 않는 ‘냉정한 당국자’ 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이는 향후 3~6개월 이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Fed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0%대 수준으로 낮추고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 왔다. 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FOMC가 열릴 때마다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약속해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와 금융시장도 FOMC를 하루 앞둔 17일 Fed가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미국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다시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이번에는 FOMC 성명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줄곧 사용하던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To be Patient)’는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아예 구체적인 금리인상 시점까지 사전 예고했다. ‘인내심’ 문구가 3월 FOMC에서 삭제되면 6월에, 그렇지 않다면 9월께 2006년 이후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사실상 정책 정상화를 선언함에 따라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2013년 Fed가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처럼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통 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7일 인도 뭄바이 연설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시장에 2013년 같은 ‘긴축 발작’(taper tantrum)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등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Fed의 변신이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도널드 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ed가 정책을 180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머스 로스 미쓰비시UFJ증권 선임 채권 트레이더도 “금리인상이 임박했으나, 국제유가 동향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 등 불안변수를 감안하면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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