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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방송 속 벌레는 '고래회충' 아닙니다

입력
2015.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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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KBS는 “[단독] 바닷고기에 위벽 뚫는 ‘고래회충’ 유독 증가…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기사보기) 한 낚시꾼이 울산 앞바다에서 잡은 망상어마다 정체 모를 기생충이 나온다는 얘기였습니다. 보도 영상을 보면, 이 낚시꾼이 닷새 동안 잡은 50여마리의 망상어 대부분에서 한 마리당 10마리의 기생충이 나왔는데 선명한 붉은 색의 기생충은 물고기가 죽은 뒤에도 2시간 이상 살아있었습니다.

KBS는 지난 13일 "수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고기에서 '고래회충'이 이례적으로 많이 검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 캡처
KBS는 지난 13일 "수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고기에서 '고래회충'이 이례적으로 많이 검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 캡처

● KBS가 보도한 기생충은 ‘고래회충’과 달라

KBS는 해당 기생충이 고래회충에 속하는 '필로메트리(Philometrides)'라고 보도하며 감염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고래회충은 고래나 물개 등 바다 포유류 위장에 기생하다가 바닷물에 배출된 후 이를 잡아먹은 생선의 내장에서 성숙하는 유해 기생충입니다. KBS는 "고래회충에 감염될 경우 내시경 치료 외에 뚜렷한 약물치료법이 없다"면서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이 왕성한 봄에 기생충들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며 주의도 당부했습니다.

KBS 보도의 파장은 컸습니다. 많은 매체들이 KBS 보도를 인용, 고래회충의 위험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올랐습니다. "고래회충 울산 앞바다 다량 발견… 약물 치료법 없어" "고래회충 다량 발견, 공포 확산" "고래회충, 인체에 치명적" "고래회충, 심할경우 위벽까지 뚫어버려" 등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13~17일까지 포탈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고래회충' 관련 기사는 500건이 넘습니다.

쏟아진 기사 탓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고래회충 감염이 걱정되니 횟집 방문을 자제하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심하고 회 드셔도 됩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기생충이 '고래회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 영상 속 망상어에서 발견된 기생충은 '필로메트라과 선충'으로 고래회충이 아닙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서정수 박사는 "기생충의 여러 종류 중에 하나로 선충류가 있는데, 그 갈래 안에 필로메트라과와 아니사키스과(고래회충)이 있다"면서 "필로메트라과의 최종 숙주는 어류이므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민 단국대의대 기생충학 교수는 "고래회충의 최종 숙주는 포유류이니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지만 필로메트라과는 숙주가 어류이므로 사람이 섭취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만약 사람이 이 기생충을 먹는다면 단백질을 먹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필로메트라과와 고래회충(아니사키스과)은 어떻게 구분이 가능할까요? 국립수산과학원 서정수 박사는 "필로메트라과는 붉은색, 아니사키스과는 노란색·흰색이어서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민 단국대의대 기생충학 교수는 "필로메트라와는 성충으로 유충인 고래회충에 비해 크기가 크다"면서 "고래회충은 최대 2cm에 불과하며 뭉쳐있지 않고 각각 반지 모양처럼 말려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래회충(아니사키스과)은 흰색 또는 노란색을 띤 가늘고 짧은 선충이며 살아있는 어류의 내장에서 기생하다가 어류가 죽으면 내장 주변의 근육으로 뚫고 들어간다. 따라서 물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해 보관하고 신선도가 떨어졌으면 충분히 가열·조리해 섭취해야 한다. KBS2TV '스펀지' 2012년 6월 방송분 캡처
고래회충(아니사키스과)은 흰색 또는 노란색을 띤 가늘고 짧은 선충이며 살아있는 어류의 내장에서 기생하다가 어류가 죽으면 내장 주변의 근육으로 뚫고 들어간다. 따라서 물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해 보관하고 신선도가 떨어졌으면 충분히 가열·조리해 섭취해야 한다. KBS2TV '스펀지' 2012년 6월 방송분 캡처

● 전문가들 “고래회충으로 사망한 사람 없었다”

이제 고래회충에 관련된 오해를 풀어보겠습니다. 고래회충은 구충제를 먹어도 죽지 않는 '불사조'일까요? KBS는 "고래회충은 내시경을 통해서만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뚜렷한 약물치료법도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내시경으로 감염여부를 확인한다"는 얘기는 맞지만 "약물치료법이 없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서 교수는 "고래회충이 급성통증을 유발하므로 환자가 통증을 참지 못해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것이지 약물치료법이 없는 게 아니다"면서 "구충제를 최소 5일, 최장 7일간 복용하면 고래회충도 치료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래회충은 인체에 치명적일 만큼 무서운 기생충일까요? 서 교수는 "기생충학이 1960년도에 생겼는데,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래회충 때문에 사망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람의 목숨과 직결될 만큼 유해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고래회충 공포 해프닝'과 관련해 두 전문가는 모두 국민들의 안심을 당부했습니다. 일단 울산 앞바다의 망상어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건 특별한 현상이 아닙니다. 서 박사는 “사람 몸에 기생충이 사는 것처럼 물고기 몸에도 기생충이 살고 있는 것이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 “최근 들어 특정 어종에서 기생충 증가 현상이 보고되거나 계절변화 등에 따른 유의성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고래회충이 대량 발견된 게 아니니 안심하고 회를 드셔도 됩니다. 서 교수는 "고래회충은 본래 생선의 내장에 있다가 생선이 죽으면 1~2시간 후에 밖으로 기어 나오지만 육안으로 감별이 되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죽은 지 오래된 생선을 회로 먹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막 잡은 신선한 회를 먹으면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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