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60억~70억 수상한 흐름
동부도 수백억 비자금 첩보 내사
SK건설엔 고발요청권 행사
김진태 총장 "환부만 정확히"
정부의 부정부패 사정이 대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기업수사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이후 기업수사의 대상은 하루 하나 꼴로 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까지 신세계와 동부가 수사망에 오른 사실이 드러났다. SK건설의 경우 검찰총장이 고발권을 행사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가 나서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하며 시작된 사정정국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검찰로선 2013년 CJ그룹 수사 이후 2년 만에 기업수사를 재개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수사다운 수사를 하지 않은 검찰이 축적해 놓은 기업비리 첩보 역시 상당하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재계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17일 이런 경제계 분위기를 감안,“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이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다.
사정정국을 주도하는 서울중앙지검은 동시다발적으로 기업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에서 ‘강팀’으로 구성된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외견상 수사는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건설사업에서 조성한 100억원대 비자금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의 베트남 사업만 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가 포스코 그룹 전반으로, 또 정ㆍ관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신세계와 동부그룹의 수상한 자금흐름도 들여다 보고 있다.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신세계 의혹을 캐고 있는데, 계열사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60억~70억원 상당의 수표의 향방이 초점이다. 물품 거래에 쓰이는 문제의 당좌수표가 현금화됐고, 이 중 30억원 가량이 총수 일가로 흘러 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나머지 30억~40억원의 용처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조사부(부장 한동훈)는 동부그룹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첩보를 살펴보고 있다. 동부는 임직원 급여 과다지급, 철 스크랩 납품단가 조작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심을 사고 있다. 김준기 그룹 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동부그룹 경영권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와 동부 사건은 1,2년 전부터 검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보를 받아 내사를 진행해온 만큼 공개수사 시점은 검찰 의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최근 상황을 ‘대기업 사정정국’으로 바라보는 바깥 시선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수사만 해도 검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수사 단계를 앞서 나가고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계좌를 계속 보고 있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동부의혹의 경우도 “현 단계에서 의미 있는 내용이 없다”며 본격적인 수사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SK건설의 입찰담합에 과징금만 부과하자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대기업 사정’과는 별개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동안 공정위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려는 것이지, 대기업 사정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검찰의 신중한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공격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완구 총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부정부패 척결’을 공언한 것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또한 이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동안 수면 위로 가라 앉았던 의혹들이 떠오른 이상, 수사팀으로선 발 빠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로선 이번 대기업 수사가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진행하는 대형수사다. 세월호 참사 관련 유병언 일가 수사와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 때와 달리 검찰에 대한 평가를 반전시킬 기회인 셈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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