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 자식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했다. 삼성이 유사한 조미료 미풍을 출시했지만 미원을 꺾지 못했을 정도로 대상그룹이 1956년 출시한 미원의 인기는 수십 년간 독보적이었다.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발효조미료 미원에는 ‘국내 최초의 조미료’ ‘1가구 1미원’ ‘주부들의 필수품’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음식에 감칠맛을 더하는 탁월한 비결은 국내를 넘어 동아시아 전역으로 수출길도 열었다.
승승장구했던 미원에게도 암흑기가 찾아왔다. 한 식품회사의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무첨가 마케팅이 촉발한 MSG 유해성 논란이었다. 소비자의 오해와 외면은 약 20년간 계속됐지만 미원은 묵묵히 시련을 견뎌냈다.
2010년부터 미원은 ‘어둠’ 속에서 탈출해 주방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MSG가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원의 국내 연 매출은 1,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400억원 이상이 소매 판매액이라 자연조미료 시장규모인 45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미원의 진가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다. 국내 매출액은 1990년 이후 지난해까지 250억원 증가한 반면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액은 1,400억원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자 대상은 지난해 10월 제품명을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미원’(사진)으로 바꾸고, 감칠맛을 높이는 핵산 비율을 줄여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리뉴얼 미원을 선보였다. 포장지도 개선해 60년간 미원을 상징한 붉은 신선로 문양을 과감히 축소하고, 원재료를 강조한 사탕수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홍대 인근에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광회 대상 식품사업총괄 상무는 “발효미원이 향수를 유발하는 옛날 조미료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애용되는 국민 조미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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