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설 선물" 주소 알아낸 후
강남 아파트 찾아 부인 결박ㆍ상해
귀가한 남편까지 위협 금품 뜯어내
남편이 시간 끌며 부인과 잇단 탈출
10년간 알고 지낸 지인을 33시간 동안 감금하고 금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7일 지인의 집을 찾아가 약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하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강도상해)로 마사지숍 운영자 최모(3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숍 단골 부부손님에게서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지난 10일 오후 3시30분쯤 삼성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찾았다. 최씨는 지난 설 명절 전 “선물을 보내겠다”며 부부의 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최씨는 집에 혼자 있던 부인 A(41)씨가 현관문을 열어주자 준비해 간 호신용 스프레이를 눈에 뿌린 후 케이블 타이와 청테이프를 이용해 A씨를 의자에 묶었다. 최씨는 식칼로 A씨를 위협하며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계좌 비밀번호는 남편만 알고 있다”고 버티는 A씨를 부동산 업자인 남편 B(61)씨가 돌아올 때까지 약 29시간 동안이나 결박한 상태로 방안에 가뒀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반항하는 A씨의 목, 등, 발목, 손가락 등을 칼로 찌르기도 했다.
최씨는 11일 오후 8시쯤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B씨도 흉기로 위협해 4시간 동안 의자에 포박했다. 그는 B씨를 협박해 계좌이체로 1,000만원을 송금 받았고, 집안에 있던 시계 6개(2,100만원 상당)와 현금 60만원도 챙겼다. 자신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범행을 저지른 최씨는 “경찰을 피해 숨어 살아야 하니 5억원을 추가로 송금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3시간에 걸친 감금 및 강도행각은 최씨가 거실에서 B씨와 몸값 협상을 벌이느라 한눈을 판 사이 방안에 묶여 있던 A씨가 12일 0시30분쯤 아파트 1층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탈출하면서 끝이 났다. 부인이 탈출하자 B씨도 몸을 굴려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도망쳐 아파트 경비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현장에서 달아난 최씨는 다음날인 13일 은평구의 전 부인 집 앞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사건 직후 손가락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긴 감금시간 탓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일부 신경을 되살릴 수 없는 상태이고 스마일센터(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오가며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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