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가 1.8m 높은 역경사로 시공, 설계 용량의 15%밖에 처리 못해
"연결통로 이전 방안도 함께 검토" 배수경계 조정 등 중·장기 계획도
서울시가 여름철 강남역 일대 침수의 원인 중 하나로 삼성사옥 지하연결통로를 지목하고 이를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17일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여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삼성사옥 인근 역경사 하수관에 분리벽을 설치, 빗물을 임시로 분산하는 한편 지하철역 연결통로의 이전ㆍ폐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강남역 인근 하수관로는 삼성사옥 지하연결통로 때문에 하류가 1.8m 높은 역경사로 시공돼 물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학진 서울시 물순환기획관은 “연결통로 부근에서 하수관로가 역경사를 이뤄 설계 용량의 15%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수도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연결통로 폐쇄와 관련, 삼성 측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서울시나 서초구청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전달 받지 못한 상황이다. 시간을 갖고 관련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왔다.
삼성사옥 지하연결통로는 도시계획사업으로 삼성에서 만든 다음에 시에 기부채납한 시설이다. 시는 연결통로를 폐쇄할 경우 하수도관의 원상 복구여부와 함께 지하철역 출입구나 역사 구조물에도 손을 대야 할 상황인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연결통로를 폐쇄하는 것이 삼성 입장에서는 가장 안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연결통로의 위치 조정이나 지하철 출입구 변경 등의 방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 우기에 대비하기 위한 3대 단기대책으로 삼성사옥 역경사 하수관 개선과 함께 용허리 빗물저류조 유입관 추가 신설, 고지대 빗물 유입시설 확충을 들었다.
시는 당장 예산 5억 원을 투입해 고지대인 역삼동부터 강남역 사이 역경사 관로 구간 230m에 분리 벽을 조성, 역삼동에서 흐르는 빗물을 초기에 하수관으로 분산하는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용허리공원 빗물저류조가 우성·신동아아파트 일대 빗물까지 처리할 수 있게 폭 2m, 연장 155m의 유입관로 1개를 7월까지 추가로 설치하고, 강남대로 주변 고지대에 노면수가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횡단 하수관, 연속형 빗물받이 등을 확충한다.
이와 함께 중ㆍ장기적 대책도 마련됐다. 시는 2016년 6월까지 강남대로 일대에 잘못 설치된 하수관을 바로잡기 위해 배수구역의 경계를 조정할 방침이다. 2010년과 2011년 발생한 침수의 원인은 반포천 범람이 아니라 역삼동 일대 빗물을 반포천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삼성사옥 인근 서초대로의 간선 하수도에서 물이 넘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반포천 통수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 우기 전까지 유역분리터널을 설치한다. 유역분리터널은 우면산 예술의전당 일대 빗물을 고속터미널 지역까지 분산해 30년 빈도, 시간당 95mm의 비까지 견딜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터널은 교대역부터 성모병원 앞 구간에 직경 7.5m, 연장 1.3㎞ 규모로 설치된다.
이 외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다기능터널, 도시개발과 연계한 빗물 저류조 등 방재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한편 이 같은 시의 발표에 대해 서초구는 자료를 내고 “유역분리터널공사와 대심도 터널설치가 핵심인데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일정이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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