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교장 선임 무산 거듭
100여년 역사 첫 교장 없는 졸업식
지난달 이사회도 원천무효 '수모'
개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지역 대표적인 사립학교 호수돈여고가 교장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교장 공석 사태가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면서 이사회와 교직원, 교직원들간 대립과 학사운영 파행으로 학생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17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최근 학교법인 호수돈학원이 추천한 교장자격 인정 대상자에 대해 이사회 의결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연수대상자 지명불가 및 재추천 요청’공문을 보냈다.
교육청은 또 이달 23일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장 자격 연수 대상자를 재추천해야 하며, 이 기한내 추천하지 못할 경우 올해 교장자격 연수대상자 지명 및 연수가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호수돈여고의 교장 선임을 둘러싼 진통은 지난해 1월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8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임모 교장이 연임을 시도했으나 1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과반수 득표를 못해 부결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일부 이사들이 임 교장의 연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7월 실시한 교장 공모에 응모하도록 했으나, 8월 19일 열린 이사회 결과 임 교장과 공모에 응한 교감 등 2명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해 교장 선임이 무산됐다. 임 교장이 8월말 퇴임한 뒤 교장직은 공석으로 남게 됐다.
호수돈학원 이사회는 지난 2월 5일 현 교감과 교사, 본교 퇴직교사 등 3명을 대상으로 다시 교장 선출을 시도했지만 3명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현 교장을 중임시키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교장과 무리없이 업무를 수행한 교감을 차기 교장으로 선임하는 게 관례라는 것이 교육계 의견이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6개월간 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던 교감의 교장 선임에 대해 동문출신 일부 이사들이 집단으로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연수 대상자 선정기일에 쫓긴 이사회는 교장 선출이 무산되자 같은 날 다시 이사회를 열었으나 일부 이사가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사회는 2월 26일 현 교감과 처음으로 교장에 응모한 교목실장 등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 및 투표를 통해 이사 6명의 찬성으로 교목실장을 교장으로 선임했다. 교육 및 행정업무 경험이 미흡한 교목실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몇몇 이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 날 교장 선출은 교육청에 의해 수용이 거부됐다. 교육청은 “교장 선출에 참석한 한 이사중 한 명이 연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승인이 취소됐다”며 “승인이 취소된 이사의 의결행위는 원천 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장 선출이 또 무산되자 ‘호수돈여고 정상화를 염원하는 교사 일동’이름으로 성명서가 나오는 등 학내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의 인사전횡 횡포 등 탓에 학사 운영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인 이사진의 자진 총사퇴와 대전시교육청의 엄중한 관리감독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호수돈학원 관계자는 “이 달 25일 이사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후임교장 선임 등을 포함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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