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원 지역은 40여 년 만에 최악이라 할 정도로 겨울 가뭄이 심각하다. 반면 지난해 여름 부산에는 100년 만에 내린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경로당이 매몰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광화문을 비롯한 강남 일대 등 서울 지역은 거의 매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는 전문가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물관리 방식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1992년 아일랜드 더블린 선언은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으로서의 통합물관리를 위한 기본적 인식의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즉 지속 가능한 개발에 있어서 수자원의 효과적인 관리 방법, 물의 개발과 관리에 있어서 물 수요자인 국민의 참여적인 접근 방법 적용, 물의 경제적 재화로서의 가치 인식 등의 원칙을 선언했다. 이후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고 공평한 방법으로 물, 토지 및 관련 자원의 개발과 관리를 유기적으로 실행해 나감으로써 경제 및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 과정인 통합물관리는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고 있다.
한국의 물 관리는 종래 국토교통부가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여 관리해 오다 90년대에 들어와 현재와 같이 수질 관리는 환경부로 분리되어 이원화된 물 관리 체계로 정착됐다. 이후 수량(국토교통부) 수질(환경부)의 관리 이원화로 하천사업에서 상호 연계가 미흡하고 물 관리의 법 제도와 정책이 각각 추진되어 온 결과,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부처별ㆍ행정구역별로 관리 체계가 나뉘어 이수ㆍ치수 및 친수 공간, 수질ㆍ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물 관리가 되지 않았다. 수질 오염이나 물 배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것이다. 또 상호 연계가 미흡하여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감사원은 2007년에 환경부가 추진한 하천정화사업 242건 중 62%에 해당하는 150건이 국토교통부의 하천 관리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물 관리 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통합물관리를 위한 ‘물순환 기본법’을 2014년 제정하여 시행했다. 일본도 부처별로 분산된 물 관리로 수질 오염 사고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서 물순환정책본부를 설치하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한편 본부가 국가 물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가 물관리를 총괄하도록 했다. 또한 물관리의 시책을 정하고 유역 단위 통합물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는 늦었지만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법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의원 50명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회 스마트 물 포럼’이 지난 3일 열렸다. 전문가들은 국회 스마트 물 포럼에서 물관리 기본법의 제정을 위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된다면 과거와는 다른 진일보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생활복지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물 관리 조직을 정비하고, 기후변화와 해외 물 시장 여건 등의 외적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분산된 부처별 물관리 업무를 조정하고 국가 물 관리 계획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신설이 필요하다. 물 관리 종합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유역별로 수량ㆍ수질ㆍ수생태계와 토지이용계획을 연계한 유역별 통합물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물관리 정책의 신뢰성과 수용성 및 실행력 제고를 위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물 관리 정책이 주민생활 밀착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물관리 기본법은 물을 공급하는 국가의 조직 구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통합관리를 통하여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국민의 복지와 생존권을 실현하는 자연 친화적,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법의 정신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