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는 나의 실수나 나쁜 점을 봐두었다가 그대로 따라 한다. 동생들에게 착실히 연습한다. 너무 괘씸해서 알밤을 먹였더니 저도 동생 머리통을 쥐어박고, 골목길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순간 손을 꽉 쥐고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자기 책에 낙서를 한 동생의 손을 쥐고 놔주지 않았다. 어이없고 부끄럽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날 지경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나왔던 한숨도 따라 했다. 엄마도 했잖아, 하며 맞서기도 했다. 미운 일곱 살이다. 나의 거울이 된 큰 딸을 바라보며 반성하자니 한없이 초라한 기분이 든다. 만화를 틀어 주고 방에 들어와 급한 원고를 고치고 있는데 이런 말이 들려온다. 엄마 없을 때 먹자, 그러면서 동생과 함께 과자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점점 더 약아지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잠깐 좌절감을 느낀다. 좋은 점도 배우겠지, 잘하는 것도 배우겠지 하며 위로해야 할까. 입맛도 취향도 성격도 건강도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온 것이라면 아이의 것도 그럴 것이다. 조금 달라지기 위해 내가 애썼듯이 또 조금 나아지기 위해 아이도 애쓸 것이다. 낙관이란 그런 것. 아이들이랑 복닥거리느라 건강은 나빠졌고 신경은 쇠약해졌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 없을 때 참 많은 걸 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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