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율은 여당이 높은데 대선주자 지지율은 오히려 야당 쪽 후보가 높은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지난 총선 이래 야당이 여당을 앞지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대선주자의 지지율은 여당 후보군이 야당에 턱없이 못 미친다. 잠재적 여권 대선주자로 여겨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시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리얼미터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5%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반 사무총장 14.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0.5%, 박원순 서울시장 8.2%,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 6.5% 순이다. 그 외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완구 국무총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홍준표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가 4.2~2.3%의 지지율을 나눠 갖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만만히 볼 결과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에 비춰보면, 차기 대통령은 당시 정부 집권 3년차 초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나왔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할지언정 이 시기 여론조사 때 후보군에 들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라는 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왜 야당 후보군이 앞서는 것일까.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율이 39.1%로 새정치연합(30.4%)를 앞서고 있는데 왜 대선주자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의 3분의 1도 안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드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대중에 이름을 각인한 적이 있느냐
=현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대선이나 서울시장 선거 등을 거치며 대중에게 널리 얼굴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 안철수 전 대표가 그렇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야권의 후보들은 자기 고유의 이미지를 가졌다”며 “대중은 문재인하면 1,460만표를 얻은 대선 후보, 박원순은 시민운동가이면서 행정가, 안철수하면 새정치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후보군은 여의도 혹은 정당을 벗어나 대중정치인으로서 시험대에 선 일이 별로 없다. 김 교수는 “현재로서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김무성 대표도 전당대회를 통해 ‘할 말은 하는 여당 대표’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했지만 대중에게 고정적으로 각인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②아직도 여권의 중심은 박근혜
=현재 여권의 지형도는 아직도 ‘박근혜’라는 구심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희웅 정치컨설팅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의 상징적 인물로서 존재하고 있어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이 차기 또는 박 대통령을 대체할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의 차기 주자들이 아직 ‘현재 권력’에 맞서기를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윤 센터장은 “대선주자로 부각하려면 현재 권력에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야 하지만, 여당 지지층에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견고하게 남아있어 명확히 대척점에 서길 꺼린다”고 말했다.
③간 보고 있는 보수
=보수층이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아직 물음표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 드는 반기문 총장이라는 대형 변수도 남아있다. 윤 센터장은 “부동층 중에는 ‘숨은 보수표’가 있다”며 “반 총장을 염두에 두고 지지도를 표출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권의 한 선거 전문가는 “현재 여당 지지층은 김무성이 과연 대안인지 간을 보고 있기도 하다”며 “보수층은 ‘차기 승리’를 확신할 때까지 지지도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는 정 반대의 숙제를 가진 셈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진보층으로선 야권의 인물 호감도는 높은데 정당이 시원찮고, 보수층은 매력적인 후보를 찾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 여론 지형을 보면 여야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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