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새 얼굴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신예들은 1군에서 시즌을 맞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사령탑들은 선수들의 현재 기량과 가능성을 점검한다. 반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은 천천히 몸을 끌어 올려 정규시즌 개막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상대적으로 시범경기에서 베테랑들보다 신예들이 주목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베테랑들이 각자 최고의 페이스로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39)은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최고 시속 149㎞를 찍었다. 15일 포항 SK전에서 9회 나주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전광판에 ‘149’라는 숫자가 찍혔다. 지난 11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양일환 투수코치의 지도를 받아 연장 훈련을 진행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친 임창용의 투구를 본 류중일 삼성 감독은 “몸을 잘 만들어왔다”며 “구위가 좋아 보인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불혹 손민한(40ㆍNC)은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0) 행진을 이어가며 선발진에 안착했다. 특히 14일 마산 한화전에서 5이닝 퍼펙트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시범경기 성적은 2차례 등판해 8이닝 1실점(비자책)이다. 지난달 미국 전지훈련 당시 라이브피칭을 하다 타구에 손을 맞는 부상 탓에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듯했지만 성실한 자기관리로 건재를 알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손민한이 던지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도 편하다”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5이닝만 던져주면 된다”고 칭찬했다.
현역 최고령 타자인 ‘큰’ 이병규(41ㆍLG) 역시 전성기 못지 않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는 16일 현재 시범 5경기에서 타율 5할5푼6리(9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역대 가장 좋았던 시범경기 성적은 2011년의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이다.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62경기밖에 뛰지 못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기라도 하듯 타격감이 벌써부터 매섭다.
막내 구단 kt 또한 베테랑들이 돋보인다. 키스톤 콤비 박기혁(34)과 박경수(31)는 각각 3할대의 타율로 하위타선에서 힘을 냈다. 또 1루수 조중근(33)은 팀 내 최고 타율(0.462ㆍ13타수 6안타)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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