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준(26ㆍ두산)이 17일 1군에 합류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번 주부터 윤명준을 시범경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잠실 곰’ 마무리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범경기에서 시속 156㎞의 광속구를 뿌린 김강률과 배짱이 돋보이는 함덕주, 그리고 로케이션이 좋은 윤명준이 후보다.
◇마무리 0순위 윤명준, 어깨 상태가 관건
윤명준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 연습경기에서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그의 몸 상태를 예의주시하라는 보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윤명준은 지난해 61경기에서 71⅔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 중 단연 팀 내 최다 이닝이다. 더 큰 문제는 몸을 풀 때도 적지 않은 공을 던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선발이 흔들리면 4회부터 불펜에 등장했다. 그러다 선발이 안정되면 잠시 멈춘 뒤 6, 7, 8회 쉼 없이 몸을 풀었다. 가장 믿을 만한 필승 계투조인 것은 확실한데, 감독의 활용 방식은 묘했던 셈이다. 당시 모 코치는 “일본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수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어깨에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다. 불펜 투수는 언제든 불펜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결국 사달이 났다. 71⅔이닝 동안 그가 기록한 투구수는 1,181개. 불펜 투구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이 던졌다. 시즌 종료 후 3개월이 지나도 윤명준은 실전에 투입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다행히 전지훈련 귀국 후 2차례 2군 등판을 했고, 김태형 감독은 17일 합류해도 좋다는 OK 사인을 내렸다.
김 감독은 “이제는 공을 던진 뒤 통증이 없다고 한다. 첫 등판 때도 괜찮다고 들었다”며 “여전히 윤명준을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군에서 어떻게 던지는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 100%의 컨디션은 아닐 것이고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서운 상승세, 김강률ㆍ함덕주
김강률과 함덕주는 요즘 가장 ‘핫’ 한 선수다. 김강률은 김태형 감독이 “올해 마운드의 키를 쥐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함덕주는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0이다.
김강률은 전지훈련 동안 폼을 바꿨다. 백스윙을 의도적으로 짧게 하고 있다. 변화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실내 연습장 그물에 포수처럼 공을 던지는 순간,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는 “스피드가 떨어질까 걱정도 됐지만 일본 연습경기에서 154㎞까지 찍히자 자신감이 생겼다. 간결한 폼으로 던지니 확실히 제구도 안정된 것 같다”며 “권명철 투수코치님도 ‘훨씬 낫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폼을 그대로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성에 차는 건 아니다. 여전히 포수 마스크 위로 향하거나 땅바닥에 패대기 치는 공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김강률은 “지난 2년 간 시즌 전 부상을 당하면서 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재활하고 복귀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더라”며 “올해는 불펜의 주축 투수들이 군입대했다. 내가 잘 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배짱 하나는 타고 났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일본 세이부와 오릭스 정예 멤버를 상대로도 한가운데 직구를 뿌렸던 그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 쪽에서 놀라더라. 변화구도 상당히 예리하다는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3경기 동안 3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이다. 14, 15일 연투를 해도 문제없는 몸 상태임을 증명했고, 포수 양의지 최재훈과의 호흡은 더 좋아졌다.
함덕주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선배 유희관을 당황시킨 후배의 행동이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에 이어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에서도 유희관과 함께 방을 쓴 그는 피곤하면 먼저 잤다. 선배 눈치를 보지 않았다. 유희관은 “보통 선배가 자야 후배가 자는데, 덕주는 그런 게 없다. 먼저 불을 끄더라”며 “얘는 올해도 분명 잘 할거다. 심장이 남다르다”고 웃었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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