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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美-中신경전, 한국의 국익 극대화 해법은?

입력
2015.03.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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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수천기 사드로 못 막아

실질적 위협 제거 실효성 따져야

배치 땐 기술 이전 등 반대급부를

AIIB는 미중 대립틈새서 탈피

아시아 개발 경제이익 측면서 접근

“한국의 외교적 이해가 달린 문제라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정부 외교안보부처 책임자들은 최근 진행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 질문만 나오면 ‘골치 아프다’며 손사래부터 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압박에 직면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미중의 반발을 불러 한국 외교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하지만 이미 정치외교 현안으로 부상한 만큼 한국 정부가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두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한미ㆍ한중관계 전문가들은 우선 ‘사드와 AIIB의 분리 접근’ 원칙을 제기했다. 사드의 경우엔 “실효성을 따지면서 미국과 중국이 알아서 입장을 조율하도록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AIIB 문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실리를 따져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사드 AIIB 분리 접근 필요

16일 한중 차관보 협의에서 중국은 한국의 AIIB 창설멤버 가입을 요청했고,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미국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견제용이라며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사드 한반도 배치를 위해선 여론전에 나선 상황이다. 주요 2개국(G2) 사이에 끼인 한국 정부는 AIIB 가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국 눈치 때문에 시기를 고민 중이고, 사드의 경우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 ‘전략적 모호성’만 고수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두 사안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을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센터장은 “AIIB는 중국 미국이 각각 찬반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우리도 외교원칙이나 국익에 기반해 정확한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면서도 “사드는 정부로서도 할 얘기가 많겠지만 먼저 입장을 밝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사거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사진은 미국 Missile Defense Agency가 AP에 제공한 것으로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이다. 연합뉴스
미국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사거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사진은 미국 Missile Defense Agency가 AP에 제공한 것으로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이다. 연합뉴스

사드, 국익 최대화 접근법은

사드 배치 논란이 불요불급한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드는 미사일 방어 해결책이 아니다. 휴전선 근방에 배치된 북한 미사일만 수천기인데 전쟁이 나면 사드로 다 막지 못한다. 예방외교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게 최선의 방어고, 필요하다면 선제 타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드 논쟁의 핵심은 친중이냐 친미냐, 안보를 생각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 미사일이 얼마나 한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긴박한 사안인지, 이를 막는 게 사드로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첸차오(오른쪽 첫 번째)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중 외교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첸차오(오른쪽 첫 번째)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중 외교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사드 배치시 반대급부를 챙기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사드 문제는 주한미군 배치를 말하는 것이지 정부나 국방부는 우리가 돈을 주고 사서 배치하자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한국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중국 러시아에도 외교적으로 잘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건 기지방어용이고, 서울 방어를 우리 스스로 하기 위해선 사드도 필요하다”며 “대신 기술 이전, 미국 정보망 사용 등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권 센터장은 “중국도 최선의 시나리오는 한국이 사드를 거부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고,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지적하기 위해서도 때가 되면 한미 간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고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사드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조율할 여지가 있고 우리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O와 X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AIIB는 전향적 논의 필요가 대세

외교 전문가들은 대체로 AIIB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중 대립구도로 보지 말고 한국의 건설업, 토목기업이 아시아 지역 개발사업에 진출하는 측면, 북한 개발 참여 같은 통일비용 문제 등 종합적 국가이익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흥규 교수는 “인도, 뉴질랜드, 영국이 실질적 경제 이익 차원에서 가입을 결정했고, 우리로선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AIIB를 완전히 중국 주도로 하는 것을 제어하면서 자연스레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AAIB에 가입하더라도 한국의 지분을 늘려 중국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 수 있게 해야 하고, 미국 쪽에는 ‘미국이 진짜 반대하는 의제를 중국이 채택하려 할 때 우리가 반대하겠다’고 설득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윤덕민 원장은 “순수한 국가이익 관점에서 보면 도움이 되지만 미국이 만든 ADB 체계에 도전하는 것이라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AIIB는 회원국을 열어두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앞장 서 가입할 필요는 없다”고 전망했다. 최강 부원장도 “투명성 보장, 국제규범 준수, 특정국가 독주 등에 대한 중국 측 구상을 듣고 호주 등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선택해도 늦지 않고, 미국에는 ‘중국 시스템에 편승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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