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영양 고려한 고급 간편식 등장
편의점 업계도 도시락 다양화
컵밥·가츠동 이색 상품도 선보여
자취 생활 12년째인 직장인 윤봉수(32)씨에게 편의점은 곧 주방이자 식당이다.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아침과 저녁은 대부분 집 앞 편의점에서 때운다. 윤씨는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편의점 식사로 해결한다”며 “메뉴가 다양해져 혼자 먹기 좋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삼각김밥, 컵라면만 즉석 음식이 아니다. 편의점과 식품업체들이 혼자 사는 싱글족들을 겨냥해 다양한 즉석 음식들을 개발하면서 간편식이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늘었고 여기 맞춰 간편식 시장 규모도 2010년 7,700억원에서 올해 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맛과 함께 영양까지 고려한 고급 간편식까지 등장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퀴노아와 렌틸콩이 들어간 ‘햇반 슈퍼곡물밥’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단백질과 마그네슘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 고대 잉카 문명시기부터 먹거리로 각광 받아 온 퀴노아와 식이섬유 함유량이 현미보다 8배 많은 렌틸콩으로 건강 즉석밥 제품군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은 3~4년 전부터 오곡밥, 흑미밥, 검정콩밥 등 즉석 잡곡밥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국내에서 다양한 즉석밥을 찾으면서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결혼 3년차 주부 이민혜(30)씨는 주말이 되면 대형마트에서 잡곡 즉석밥을 수십 개씩 구입한다. 최근 직장생활을 새로 시작하면서 바빠진 탓에 직접 잡곡밥을 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흰쌀밥보다 건강에 좋다는 잡곡밥을 선호하지만 매번 밥을 짓기 번거로워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석밥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지난해 2,084억원 규모로 2013년 대비 8.7% 성장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즉석밥을 먹더라도 건강한 한끼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슈퍼곡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향후 5~10년 안에 전체 즉석밥 중 건강밥 제품 비중이 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원F&B도 지난 2월 ‘쎈쿡 퀴노아 즉석밥’ 2종을 출시했다. ‘쎈쿡 퀴노아영양밥’은 퀴노아 외에 발아현미, 강낭콩 등 각종 곡물과 사골 육수까지 더해 구수한 맛을 낸다.
편의점 업계도 다양화한 메뉴와 맛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2일 닭다리 살, 소시지, 계란 말이 등 7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혜리 도시락’을 출시했다. ‘혜리 직화 소고기덮밥’은 국산 소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습식 오븐을 특별히 제작해 구운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4,000원 정도면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색다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이색 간편식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정통 컵국밥’ ‘상하이식짬봉밥’ 등 이색 메뉴와 돈까스와 김치, 각종 야채 등을 올려 먹는 조리 냉동 컵밥‘쿠킨 가츠동’으로 젊은 층을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충 한끼를 때우는 개념이던 간편식이 이제는 하나의 먹거리 문화가 됐다”며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즉석음식의 맛, 영양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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