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전ㆍ현 권력이든 성역 없게
지겹게 반복돼 온 정권들의 개입 행태
이번 정부가 악순환고리 제발 끊어라
포스코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3일 포스코 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수사는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전ㆍ현직을 포함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이완구 총리의‘부정부패와의 전쟁’선언 직후 첫 타깃이 된데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실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한때 초우량 기업으로 불렸던 포스코는 지금 부실 계열사 정리와 자산매각에 여념이 없다. 정 전 회장이 추진한 공격 경영의 여파 때문이다. 2009년 취임한 정 전 회장은 인수 합병과 해외 투자 등을 앞세워 3년 만에 계열사 수를 두 배(70개)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실을 키웠다.
현재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사업 비자금조성 의혹, ▦성진지오텍 등 10여 개 업체의 인수ㆍ합병 과정에서의 특혜, ▦해외 제철소 및 자원개발 투자 등이다. 하지만 정점은 정 전 회장과 전 정부 실세들과의 커넥션 및 비리규명일 수 밖에 없다.
수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포스코의 역사, 아니 2000년 민영화 이후 끊이지 않은 ‘최고경영자(CEO) 잔혹사’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한국경제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고 소중하다. ‘산업의 쌀’을 만드는 기업이라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전문경영인 체제다. 2000년 민영화 뒤 정부 주식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다. 오너가 이끄는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체제 하에서 대기업으론 드물게 주인 없는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구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경영진에 대한 인사행태는 달라진 게 없었다. 형식상 독립적 지배구조이면서도, 실상은 정치 외풍에 시달려왔다. 대부분 CEO는 단명했고, 불명예 퇴진한 CEO도 한 둘이 아니었으며, 누구든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항상 뒷말이 이어졌다. 정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선임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세 박영준 전 차관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시달렸고, 결국 현 정부 출범 이후 물러나야 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먼저 검찰에 주문한다. 이번 수사는 한 기업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면서 인사와 경영에 함부로 간섭해 온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는 수사가 되어야 한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업 인수 및 투자를 강요해 우량기업에 부실을 안겼는지 밝혀내야 한다. 죽은 권력이든 살아있는 권력이든 성역을 둬선 안될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포스코 CEO 선임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 없는 개입 본능을 드러내는 정치권에게 “포스코를 그냥 내버려 둬라”고 자제 요청을 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투명하고 안정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 정권이 바뀌어도 CEO가 흔들리지 않는 차단 막을 만드는 일은 현 정부의 과제다. 우선 현 정부가 포스코 경영에 대한 ‘불개입 선언’부터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CEO 리스크의 극복 없이 포스코의 경쟁력도,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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