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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김정은에게 화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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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김정은에게 화나지 않았다"

입력
2015.03.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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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국 단둥(丹東)에 와보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김정은에게 화가 났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북중(北中) 국경지대인 단둥 르포기사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중국 중앙정부 묵인 아래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둥 일대에서 일하는 1만3,000여명 북한 근로자가 연간 최소한 3,000만달러를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외화벌이 일꾼들이 국경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도 아무 제재도 없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인 관리자가 북한 여성 근로자를 직접 통솔해 운영하는 단둥의 한 섬유공장을 소개한 뒤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 제재로 힘겨워한다고 믿는 워싱턴 당국자들은 이들에게 철저하게 속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직은 대다수가 가난에 허덕이지만 북한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특히 올해 성장률이 7%로 예상되는 이유는 바로 단둥에 구축된 중국과 북한 상인들의 커넥션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이 이름은 뺀 채 김씨라고만 소개한 속옷 공장 관리인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팬티나 내의 등은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과 일본 한국 등으로 수출된다. 미국과 유엔이 내놓은 대북 제재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지만, 중국인 유통업자들의 도움으로 미국 정부는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곳 근로자들은 하루 13시간, 한 달에 28일ㆍ29일 가량 일하며 고작 300달러를 받지만 그나마도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건 3분의1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는 평양 정부에 보내진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융제재로 송금이 어려울 텐데 어떻게 북한으로 돈을 반입할까. 신문과 인터뷰한 모든 사업가들은 ‘북한에 돈 보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약간 높은 수수료를 주면 단둥의 소형 은행들은 대북 송금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아예 가방에 달러나 유로화, 혹은 엔화를 들고 북한에 전달하는 방법도 성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과 중국도 주권국가 관계인 만큼 국경을 넘을 때 외화소지 한도는 있다. 그러나 단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혹 단속이 이뤄져도 뇌물 몇 푼이면 즉석에서 해결된다. 위싱턴포스트는 “북한 사람들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체제와 북한 사업가들의 의식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단둥의 중국식당에서 만난 한 북한 사업가가 “삼성과 현대차를 궁극적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 현대에서 성공을 위한 인내와 업종 다각화의 중요성을 배웠다”며 “노키아가 망할 줄 누가 알았나. 그들은 한 가지에만 집착해 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국영기업도 관리인이 직원을 채용ㆍ해고할 권리를 갖는 등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북중 교역량 수치가 최근 줄어든 것만 가지고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의 대 중국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의 국제 가격이 내려간 때문이지, 북중 경제관계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주재 특파원도 지낸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 지국장은 “단둥에서 ‘메이드인 차이나’속옷을 만드는 공장들은 북한 경제에 활기를 공급하는 숨겨진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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