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하반기에 교육과정 개편… 난이도 낮추고 체험·탐구 위주로
기하·벡터 축소 등 학습량도 완화, 교육계 "실현 가능성 낮다" 비판
정부가 초ㆍ중ㆍ고교생의 수학 공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습량과 난이도를 낮추고, 단순 문제풀이 대신 논술과 관찰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학 수업은 체험과 탐구 위주로 바뀌고, 실생활에서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수학, 실용수학 등이 고교 선택과목으로 개설된다.
15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 따르면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를 줄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수학교과서의 학습량과 난이도가 조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9월 예정된 교육과정 개정 고시에 학생들이 학습할 수학 과목의 최소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과정을 벗어나 과도하게 어려운 내용을 평가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고교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기하와 벡터 단원을 축소하는 등 학습량과 난이도도 적정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 과목이 고교 과정에 개설된다. 경제ㆍ사회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경제수학, 디자인이나 음악에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가르치는 실용수학 등을 도입해 수학을 어려워하는 문과, 예체능계 학생들도 수학의 실용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과정 중심 평가도 강화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수학 공식을 활용해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식의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학생들의 수학 성취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주고, 해결 과정에서의 지적 성취와 끈기, 배려, 자신감 등을 평가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불필요한 계산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원리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산기와 소프트웨어 등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교육부는 수학 교육의 인프라를 넓히기 위해 수학 교육에 힘쓴 교사들을 발굴해 수학교육상을 수여하고, 지역별 수학 문화관 건립 및 시도별 수학 축제 개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응은 차갑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2012년 마련된 수학 선진화 방안에도 수학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과정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법이나 강제성이 없어 뜬구름 잡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수학교사는 “실제로 학생들의 수학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1~2점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수능 시험이 개선돼야 한다”며 “수능을 쉽게 출제하거나 절대 평가로 바꾸고, 과정 평가를 내신에 반영해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