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용판(57) 전 서울경찰청장이 후배 경찰관들에게 자신의 치안철학을 전하는 강연을 연다.
1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17일 인천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3월 직장교육’ 강사로 초빙돼 강연을 한다.
인천경찰청은 김 전 청장 등 전직 청장들을 초청해 후배 경찰관들에게 그들의 경험과 치안철학을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선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청장을 불과 한달여가 지나 강사로 초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나 당시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다 김 전 청장은 14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천경찰청의 한 간부는 “그 동안 직장교육은 외부강사를 초빙해 재테크나 건강 등 직원들에게 필요한 주제로 이뤄졌었다”며 “인천청과는 연고도 없고 아직까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직 청장을 초청해 강연을 듣게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김 전 청장과 함께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서울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석기(61)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강사로 초빙하려 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경찰 진압 작전을 지휘했던 인물로 지난 총선 때 경북 경주에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인천경찰청의 다른 간부는 “김 전 청장(김 사장) 측과 강연 일정을 조율해 3월은 어렵지만 4월은 가능하다고 수락을 받았지만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혀와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김 사장이) 인천경찰청의 강연 요청을 수락한 사실이 없다”며 “해외 일정 등이 계속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과 김 사장은 윤종기(56) 인천경찰청장이 서울청 교통안전과장, 충북청 차장 등을 지냈을 때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