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의 비슈누는 정의의 여신이다. 태초의 천계에서 신과 악신들이 ‘암리타’라는 생명수를 두고 맞섰고, 승리한 비슈누가 암리타를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싸움 중에 항아리에서 생명수 네 방울이 떨어졌는데 그 자리가 갠지스 강의 하르드와르, 시크라 강의 웃자인, 고다바리 강의 나시크, 그리고 갠지스강과 아무나 강 사라스와티 강이 만나는 알라하바드다. 그러니까 비슈누가 인간에게 허락(?)한 정의는, 정의의 온전한 과실이 아니라 어쩌다 흘린 과실의 일부인 셈이다. 신들의 정의 안에 분배의 정의는 그렇게 초라했던 걸까.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하지만, 악을 물리쳐 영혼을 정화하고 풍요와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처로 생명수가 떨어진 저 강의 어떤 자리들을 신성시해왔다. 매년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네 곳 중 한 곳을 번갈아 순례하며 강에 기도하고 몸을 담그고 곡식을 적셔 파종을 하는 것이다. 쿰브 멜라(Kumbh Mela)라는 힌두교 최대의 순례 축제다.
14일, 세 강이 만나는 알라하바드의 산감(Sangam)이라는 곳. 축제의 파장이라 그런지 순례자는 몇 없지만 여인은 전(廛)을 펴고 앉아 향과 꽃 곡물 그리고 꽃으로 장식한 종이배 등을 판다. 그는 온종일 신성의 강을 등지고 앉아, 신이 아니라 손님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 역시 따로 기도는 할 테지만 어쨌든.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산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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