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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대사… 고달픈 청춘들 배꼽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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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대사… 고달픈 청춘들 배꼽 빼다

입력
2015.03.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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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소재다. 이야기도 특별하지 않다. 등장인물도 딱히 눈이 갈만한 사연을 지니지 않았다. 성인 문턱에 선 세 남자가 미래를 고민하고 사랑에 가슴앓이한다.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다룬 숱한 소설과 음악과 영화들을 떠올리면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제대로 웃긴다. ‘뭐 저런 민망한 장면이 있냐’며 근엄 떨다가 킥킥거리며 웃게 되고 어느 순간 무장해제된다. 영화 ‘스물’은 마음껏 웃고 싶으나 웃을 일이 그다지 없는 청춘(특히 젊은 남성들)들의 배꼽을 정확히 겨눈다. 명작 수작 걸작 등으로 수식할 수 없으나 상업적 미덕을 지닌 영화다.

세 남자가 영화의 뼈대를 구성한다. 고교동창인 치호(김우빈)와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가 고교 졸업 뒤 행하는 좌충우돌이 115분을 채운다. 진로에 대한 별다른 고민도 없이 오직 여자 꼬시기와 음주에만 전념하는 치호, 주경야독하며 만화가의 꿈을 끼우는 재수생 동우, 학과 선배를 짝사랑하는 바른 생활 대학생 경재의 사연이 영화의 살을 만들어간다.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사람이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사랑하고 교유하는 일상이 웃음을 제조해낸다.

동우를 제외한 등장인물 대부분은 마냥 철이 없다. 몸은 이미 성인이나 마음은 아직 미숙하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은 기성세대에게 한심하게 보일 만하다. 그러나 어쩌랴.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 사내들이 부질없는 욕망과 하염없는 주정과 무의미한 고뇌를 거쳐 어른이 된다. 뻔하나 현실이다. ‘스물’은 누구나 의례적으로 통과하는 삶의 한 때를 템포 빠른 연출과 재기 어린 대사로 맛깔지게 그려낸다.

화장실 유머가 많다. 경재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을 못 이기고 난동에 가까운 주정을 부리는 장면, 남자의 성기를 웃음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 등에선 눈살이 찌푸려지면서도 웃음이 터진다. 남녀의 잠자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저속한 대사도 많다. 그래도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며 사회를 비판하는 양하는 폭력적인 영화보다 더 건전하다. 앳된 청춘들의 화사함뿐 아니라 버겁고 고달픈 삶도 포착한다. 애써 진지한 척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위선보다는 위악을 떨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청춘의 치기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세 친구가 달동네 중국집에서 용역 깡패들과 펼치는 활극이 웃음의 절정을 이룬다. 유머로 일관하던 영화가 갑작스레 폭력물로 변하나 하는 관객들의 예감을 무너뜨리는 재치를 발휘한다.

‘써니’와 ‘타짜-신의 손’의 각색 작업에 참여했고 저예산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2012)로 데뷔한 이병헌 감독이 연출했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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