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가운데 64% 민자 차지
대형 유통자본 지역상권 잠식 자초
문화자산 활용 재생 방안도 누락
충북 청주시가 도심재생 사업으로 마련한 옛 청주 연초제조창 개발 계획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단체에 이어 시의회까지 “오히려 도심을 죽이는 설익은 계획”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문제의 계획안은 국비 1,020억원, 지방비 403억원, 민간자본 2,539억원 등 총 3,962억원을 투입해 옛 연초제조창을 비롯한 내덕ㆍ우암동 일대 도심 낙후지역을 개발한다는 것. 민자사업은 연초제조창 자리에 복합문화 레저시설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청주시는 외부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최근 이 계획안(도시재생 선도지역 활성화안)을 마련했다. 시는 다음달 중 국토부에 이 안의 승인을 요청키로 했다. 승인이 나면 민간 사업자 공모를 포함해 6월쯤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안이 알려지자마자 시민사회단체와 도심 상인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이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복합시설 신축을 골자로 하는 민간사업 부분이다.
충북 청주경실련은 즉각 성명을 내고 “총 사업비 중 민자가 64%를 차지하는 것은 대형 유통자본의 진출을 용인하려는 것”이라며 “재벌 기업의 복합문화레저시설은 결국 지역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시가 국토부 승인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애초 문화를 중심으로 재생하겠다는 내용이 빠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실련은 “기존 상권을 죽이는 도시재생이라면 국비를 반납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 단체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한국미술협회 충북지회 등 4개 예술단체는 성명을 내고 “청주시가 여론을 무시한 채 졸속행정으로 사업을 추진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옛 연초제조창은 그 자체로 청주의 중요 문화자산이자 역사적 자산”이라며 “지역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 수 있도록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의회는 12일 청주시로부터 사업 계획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부실한 연구용역 등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최진현 의원은 “5억원이나 들인 연구용역인데 분석만 요란했지 대안 제시는 없다”면서 “부실한 연구용역 결과 때문에 지역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동 의원은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서두르지 말고 구도심에 없는 상생의 대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청주시의회는 이날 ‘복합문화레저시설이 기존 지역 상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대형마트나 일반 아울렛 입점은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적 자금을 더 확보하면 민간투자 비율을 줄일 수도 있다”며 “대형 유통시설 등 구도심 상권에 영향을 주는 시설은 불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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