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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은 외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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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은 외화 5

입력
2015.03.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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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월트 디즈니 연례 주주총회에서 속편 제작이 공식 발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한 외화 중 하나다. 지난해 1,000만여명이 이 영화를 관람해 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나라보다 높았다. 미국 영화흥행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겨울왕국’의 한국 흥행 수입(7,669만5,633달러)은 북미(미국과 캐나다)와 일본에 이어 전세계 3위에 해당한다. IPTV 등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지난해 1위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설 연휴부터 흥행몰이 중인 ‘킹스맨’도 한국에서 유난히 사랑을 받아 지금까지 한국에서 올린 매출이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에서 유독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 따로 있다.

▦겨울왕국(관객수 1,029만6,101명)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첫 1,000만 관객 고지를 등정했다. 외화로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009)에 이어 두 번째였다. 개봉 전부터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흥행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1,000만까지 예감한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다. 주제곡 ‘렛 잇 고’의 친밀한 멜로디와 리듬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월트 디즈니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픽사스튜디오의 참신함을 더해 갈채를 받았다.

‘겨울왕국’ 속편 제작은 오래 전부터 기정사실처럼 할리우드 안팎을 떠돌았다. ‘겨울왕국’은 전세계에서 13억달러(약 1조4,593억원) 가량의 흥행 수입을 거두며 지난해 디즈니의 수익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겨울왕국’은 월트 디즈니가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월트 디즈니와 픽사스튜디오의 최고창작책임자(CCO)인 존 래시터가 한국을 첫 방문해 2015년 두 회사의 개봉 예정작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래시터는 월트 디즈니와 픽사의 대주주로 두 회사의 사실상 수장이다. 그의 방한은 한국시장에 대한 월트 디즈니와 픽사의 관심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관객수 1,027만4,680명)

역시 한국 관객의 편애를 받은 영화다. 7,345만2,407달러(박스오피스모조 집계)를 벌어들여 북미와 중국에 이어 전세계 3위에 해당하는 흥행수익을 한국에서 올렸다. 한국에서는 평단 뿐 아니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장면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으나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는 환대 받지 못했다. 음악상과 미술상 등 변두리에 해당하는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시각효과상 하나만을 받았다.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인이기도 하다. 그의 전작 ‘다크 나이트’(2008)와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등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흥행이 잘됐다. 영국이 배출한 당대 최고의 스타 감독이나 한국에서 유난히 티켓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성격이 옅은 ‘인터스텔라’의 속편 제작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 관객들은 ‘인터스텔라’의 속편보다 놀란 감독의 후속작에 대해 더 호기심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비긴 어게인(관객수 342만7,743명)

한국에서만(!) 사랑 받았다 해도 될 영화다. 북미시장을 제외한 세계 흥행 수익(4,729만4,229달러)의 반 이상을 한국(2,587만2,334달러)에서 벌었다. 해외에서는 흥행 미풍에 그친 영화가 한국에서만 열풍을 일으킨 셈이다.

‘비긴 어게인’의 깜짝 흥행으로 ‘한국에선 음악 영화가 잘 된다’는 속설이 극장가에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겨울왕국’과 조엘 코헨, 에단 코헨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이 지난해 상업영화 시장과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각각 흥행한 점도 이 속설을 뒷받침하게 됐다.

‘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도 한국에서 특별히 사랑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예전 작 ‘원스’(2006)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흥행 수익(150만3,400달러)을 올렸다. 전세계 흥행 수익(1,127만590달러)의 10분의 1 이상을 한국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흥행 약세를 보였고 프랜차이즈 성격이 약한 영화라 속편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카니 감독의 다음 작품인 ‘싱 스트리트’가 올해 개봉할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자란 한 소년이 영국 런던으로 옮겨 밴드 생활을 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록밴드 U2의 멤버 보노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국내 한 수입사가 수입 계약을 맺었다. ‘비긴 어게인’이 흥행 대박을 맞기 전 이뤄진 계약이라 해당 수입사는 이미 수지 맞았다는 말들이 충무로에 오가기도 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3월12일 기준 관객수 443만6,971명ㆍ상영 중)

청소년관람불가(청불) 외화로서 매일 새로운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2007년 할리우드 영화 ‘300’이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을 때만 해도 청불 영화의 놀라운 흥행기록으로 여겨졌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흥행몰이가 놀라운 이유 중 하나다. 영국 신사의 풍모를 갖춘 비밀요원 콜린 퍼스에 대한 여성 팬들의 환호가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잔인한 장면이 잦으나 정작 붉은 피를 보여주지 않는 발랄함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흥행 수입이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곧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라 추월 당할 가능성은 크다. 아직 13개 지역에서만 개봉한 점도 변수다. 그래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화 목록에 오를만한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속편 제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송이 비밀요원 에그시(테론 에거튼)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만도 하고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성공할 잠재력도 크다. 다만 이미 1편에서 죽어버린 해리(콜린 퍼스) 없는 후속작은 속 빠진 만두나 다름없다. 해리를 어떤 방식으로 등장 시킬지가 최대 과제다. 과거로 돌아가 해리의 활약상과 에그시 아버지와의 인연을 그리는 ‘프리퀄’도 나쁘지 않은 대안일 듯. 문제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의 흥행 여부다.

▦어바웃 타임(339만2,699명)

역시나 감미로운 음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영국 영화사 워킹타이틀의 작품이라는 점이 개봉 초반 호감을 샀다. ‘러브 액츄얼리’(2003)에 맞먹는 작품이라는 마케팅 전략도 먹혔다.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리처드 커티스의 신작이었으니 관객들이 반길 만도 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불끈 쥐기만 해도 자신이 원하는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설정부터가 낭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의 흥행수입(2,343만4,443달러)이 가장 많을 정도로 사랑 받았다. 전세계 흥행수입(8,710만449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한국에서 벌어들였다. 워킹타이틀 영화는 유난히 한국에서 사랑 받는다는 속설을 새삼 확인했다.

영화 성격상 속편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커티스 감독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표방해 그만의 달콤한 영상 연출을 다시 보기도 힘들다.

한국에서 편애 받은 외화 5편 중 ‘겨울왕국’을 제외한 4편에 영국과 아일랜드 DNA가 새겨져 있다. ‘인터스텔라’는 외관상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나 영화의 지휘자 놀란 감독은 영국 태생이다. ‘비긴 어게인’의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이고 영국 출신 키이라 나이틀리는 영국에서 온 작사가로 등장한다. ‘킹스맨’은 감독도 영국인 매슈 본이고 배경도 영국이다. 배우들도 거의 모두 영국 출신인 사실상 영국영화다. 영국 감독과 영국 배우들이 영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어바웃 타임’도 영국영화나 다름없다. 한국인의 은근한 영국 사랑이 영화 흥행을 통해 드러났다면 과도한 해석일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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