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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딴사람… 소름이 쫙! '야누스 현대인'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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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딴사람… 소름이 쫙! '야누스 현대인' 많아졌다

입력
2015.03.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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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충동장애 수십만명 추산

유전·환경적 영향이 커

인격의 이중성, 다중성에 대한 통찰은 정신분석의 오랜 주제다. 19세기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그림자(shadow)’개념으로 설명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무의식에 자아의 어두운 면이 있으며 이는 대개 의식 스스로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성격이다. 대개는 꿈을 통해 평소 몰랐던 인격의 여러 측면을 접하게 되지만 어두운 자아가 특정 상황에서 표출됨으로써 스스로는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어두운 면을 인식한다. 온순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폭력성 표출은 한 예가 될 것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는 로드 레이지(운전 중 분노 표출ㆍRoad Rage)가 특히 그렇다. 지난해 12월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터널에서 끼어들기를 방해하던 차량에 다가가 삼단봉으로 앞유리창을 내려친 이모(39)씨는 이전까지 경찰서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회사원이다. “홧김에 ‘욱’했다”는 이씨. 그의 지인은 “평소 전혀 그렇지 않은 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끼어들기나 경적 등 자극만 받으면 분노를 마구 표출하는 운전자가 상당수다. 욕설에 위협운전도 서슴지 않고 심지어 손도끼, 공기총으로 위협하는 일까지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운전대만 잡으면 인격이 변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 과학적으로는 판단ㆍ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일부를 운전 중 사용한다”며 “평소 의지ㆍ억제력의 20~30%만 활용하게 돼 자극에 더 예민하고, 감정 폭발의 강도도 더 세진다”고 말했다.

얌전한 사람들의 공격성은 다양한 행태로 표출된다. 동물이나 어린이와 같은 약한 상대에 표출되는 경우가 많고,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 극단적 언행을 일삼는다. 지난해 3월 한 포털 사이트의 ‘햄스터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 햄스터 몸통과 절단된 다리 사진을 게시, 경악케 한 이도 평범한 학생이다. 그는 항의하는 카페 회원에게 ‘그게 뭔 대수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공격성 표출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전임교수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과 그림자 자아와의 간격이 심해지면 어느 순간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특정인의 경우 인격의 이중성이 두드러진 이유는 뭘까. 성장기의 트라우마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직장에서는 전혀 문제 없었지만 가정에서 딸에게 폭군이나 다름없었던 교사 김영미(가명)씨도 역시 어릴 적 공부를 잘해야 부모로부터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딸에게 투사(投射)됐다고 한다. 행동이 느린 딸이 진학이나 사회생활에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폭력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느낄 정도로 외부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박영민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릴 때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의 공격성 등 충동조절 능력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배 이상 문제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며 “ 유전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박준성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은 “원래부터 내면에 존재하던 욕구가 환경이 나빠질 때 터져나올 수 있는데 특히 술이 그런 충동을 야기하는 기폭제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격 장애와 충동ㆍ습관 장애 환자가 지난해 각각 5,641명, 5,544명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지만 인격의 이중성 문제를 겪는 일반인까지 감안하면 수 십만명 이상이라는 게 정신의학자들의 추산이다. 특히 폭력성을 동반하는 충동장애는 20, 30대 젊은 남성에게 두드러진다. 여성의 두 배에 달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인격과 충동장애는 타인과의 관계가 악화돼 사회생활이 어렵고 방화 등 행동상의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이중성 문제를 겪는 환자 스스로는 문제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결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혹시 나도 지킬 앤 하이드?

1. 기분이 자주 바뀐다.

2. 스스로 자기 행동에 놀라고 소스라칠 때가 있다.

3. 평소의 자기 성격과 너무 달라 본인과 남들이 다 놀라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4. 때에 따라 태도가 극에서 극으로 달라진다는 말을 듣는다.

5. 술이 조금 들어가면 분위기와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6.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많이 한다.

7. 내세우는 말과 실제 행동이 크게 다르다.

8. 가치관, 신념, 생활방식에서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다.

9. 스스로 옳지 않다고 믿는 행동을 자주 하다 보니 자신이 위선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10. 마음 속에서 선한 의지와 악한 의지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다.

11. 별 이유도 없이 불쾌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12. 바로 전날 한 일을 기억 못할 때가 자주 있다.

13. 본인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해 놀랄 때가 자주 있다.

14. 기억도 안 나고 본인이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행동, 특히 남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소리를 가까운 주위사람에게서 듣고 황당할 때가 있다.

15. 어떤 일에 대해 내 인식과 남들의 인식이 크게 차이가 날 때가 자주 있다.

16.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행동이 많이 달라지는 편이다.

17. 과거의 괴로운 경험이 떠오르면 그것이 기폭제가 돼 걷잡을 수 없는 기분에 빠져드는 때가 자주 있다.

18. 가까운 사람들조차 모르는 나만의 세계를 가져본 적이 있다. 가령 가족들에게는 창피해 소개시킬 수 없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다.

※절반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은 지킬 앤 하이드

<출처: 비벌리 엔젤, <이중인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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