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 이중 인격을 가진 재벌가 3세의 로맨스를 각각 다룬 드라마‘킬미 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가 같은 시기에 다뤄진 것은 매우 이채롭긴 하지만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중 인격은 오래 전부터 영화 드라마 등 대중매체와 소설의 단골소재였다. 인간의 이면을 다루는 데 이만한 소재가 없다.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1886년 출간한 지킬박사와 하이드 이후 끊임없이 소설, 만화,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리메이크 되고, ‘인크레더블 헐크’ 등 비슷한 아류작이 범람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생각을 누구라도 해봤듯, 낮에는 학식 있는 지킬 박사로 지내다 밤이 되면 약물을 마시고 하이드로 변해 스트레스를 분출한다는 내용이 위안을 주는 셈이다.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발명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요소에 시청각까지 추가되면서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된다. 대표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그림자’(1943년 발표)다. 유능한 사업가인 외삼촌이 연쇄 살인마였다는 설정으로, 혁신적인 카메라 구도에 긴장감을 주는 왈츠음악이 더해지면서 사이코와 함께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11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연쇄 살인을 벌이는 ‘아이덴티티(2003년)’를 비롯해 ‘두 얼굴의 여친(2007년)’, ‘뷰티풀 선데이(2007년)’, 블랙스완(2010년) ‘호빗:뜻밖의 여정’(2012년),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2014년) 등 영화계에서 다중인격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 인물로 24개 다중 인격을 가진 빌리 멀리건이 ‘더 크라우드디드 룸’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하는 것을 보더라도 전 세계적인 코드이기도 하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누구나 본능처럼 자아가 충돌하고 때론 다른 사람마냥 돌변하기에, 다중인격이나 인간 내면의 고뇌는 대중문화에선 인기 소재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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