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태준 회장 뇌물수수 기소 시작
2002년엔 '최규선게이트' 연루도
민영화 불구 낙하산 인사 '미운 털'
정권 바뀔때마다 사정당국의 타깃
매 정권 반복되는 포스코의 수난은 언제 끝이 날까.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던 13일 포스코 내부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필 이날은 한 해를 결산하고,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주주총회가 있던 날이라 충격의 강도는 더 했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치르는 곤욕이긴 한데, 왜 우리만 계속 이런 수난을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부터 업계의 이목은 포스코로 집중이 됐다. 사정당국의 첫 타깃이 포스코로 이미 정해졌다는 소문이 재계에 파다하게 퍼지면서 착수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이 같은 예상은 포스코가 과거부터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수사와 조사를 유난히 반복적으로 받아왔다는 점에 기인한 바가 컸다. ‘정권 때마다 칼 맞는 포스코’에 대한 기억이었다.
검찰과의 악연은 김영삼정부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이었던 박 회장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힌 탓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박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으로 취임한 황경로 회장 역시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구속됐다.
김대중정부였던 2002년에는 정국을 뒤흔든 ‘최규선게이트’에 연루돼 유상부 회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 3남 홍걸씨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혐의였다. 2007년에는 포스코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정부 때도 의혹과 논란은 계속됐다. 이구택 회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하려고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09년 자진 사퇴한 것이다. 당시 포스코는 국세청으로부터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의 후임이자 ‘MB맨’으로 꼽혔던 정준양 회장 역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영포라인’ 비리에 연루돼 한 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특히 2012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박 전 차관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를 받을 당시 제이앤엔테크 이동조 회장이 영포라인을 등에 업고 포스코와 관련한 각종 이권을 행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한 두 명을 빼고 역대 회장 중에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결국 포스코가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2000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다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칼날에 맞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협력회사가 많은 포스코의 특성상 각종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정권 실세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역시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결국은 전 정권인 MB정부 실세를 겨냥한 수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해 왔던 것일 뿐 검찰 수사에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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