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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정' 삼총사 중 홀로 남은 신기남의 탄식

입력
2015.03.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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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연이란 게 멀리 도망갈 수 없어. 자기들끼리 뭉친다 해도 거기서 거기야. 천(千)-정(鄭)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어.”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표정은 복잡했습니다.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라면서도 (천정배 전 의원에게) 전화는 한 통 하셨느냐고 하자 “전화는 무슨” 하면서 뜸을 들이다 결국 꺼낸 말이 ‘사람 인연’ 이었습니다. 함께 ‘천-신-정’ ‘열우당 삼총사’라 불렸던 정동영 전 의원에 이어 천정배 전 의원까지 당을 떠나 4ㆍ29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제 신 의원 혼자 당에 남았습니다.

세 사람은 15대 국회 때 함께 입문해 16대 국회 때 새천년민주당에서 권노갑 전 의원을 비롯한 구 동교동계 원로들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정풍(整風)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혼자였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대어 지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이들은 해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 뒤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생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제치고 152석으로 원내 1당이 되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정동영 당시 당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이 점수를 많이 깎아먹긴 했지만요.) 그리고 국회 개원 이후 세 사람은 당 의장(정동영), 상임중앙위원(신기남), 원내대표(천정배)를 맡아 당을 이끌다시피 했습니다. 이후 정 의장이 의장에서 물러나고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신 의원이 의장직을 넘겨 받아 당을 이끌었습니다. 나중에 천 전 의원도 법무부 장관을 맡으며 입각했습니다.

2004년 사퇴기자회견을 마친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가운데) 의장이 차기 의장직을 승계할 신기남(오른쪽에서 두번째) 중앙위원과 손을 끌어안고 인사하고있다. 왼쪽 두번째가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2004년 사퇴기자회견을 마친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가운데) 의장이 차기 의장직을 승계할 신기남(오른쪽에서 두번째) 중앙위원과 손을 끌어안고 인사하고있다. 왼쪽 두번째가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그러나 이들 삼총사는 차례로 쓴 맛을 봅니다. 정 전 의원이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신 의원은 이듬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천 전 의원과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송파 을과 강남 을에 출마했다 나란히 낙선했습니다. 반면 신 의원은 홀로 당선됐죠.

그리고 지금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신 의원은 지난달 끝난 당대표 경선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여전히 당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 전 의원은 새로운 진보세력 결집을 표방한 ‘국민모임’에 합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 천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다음달 재보선에 나섭니다. 특히 ‘천-정’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재보선에서 신 의원이 속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일전을 치르겠다는 소식이 들리니 신 의원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신 의원은 “천신정 옛날 이야기 좀 쓰지마. 그게 언제 이야기인데”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정치인이니 자기 살길은 자기가 하는 거지”라며 애써 덤덤해 했습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멀리 도망갈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비록 두 사람이 당을 뛰쳐나갔지만 멀리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우리는 한 편’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러면서 “천정의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경쟁자가 된 두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기선 제압’ 용 엄포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두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로 들렸습니다.

다음달 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지역구의 선거 결과는 신기남 의원의 새정치연합이나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에게나 매우 중요합니다. 문재인 대표 출범 후 첫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존립 기반인 호남의 선거에서 진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천-정 두 사람은 선거에서 이긴다면 새정치연합의 견제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질 경우 정치권에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정면 승부인 셈이죠. 그 승부를 바라보는 신 의원은 누구보다 착잡할 수밖에 없겠죠.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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