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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서 서울 도시계획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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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서 서울 도시계획을 묻다

입력
2015.03.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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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규 음성원 지음

서해문집 | 288쪽 | 1만8,000원

840만명이 사는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을 도시계획적 관점으로 풀이한 책이다. 뉴욕이란 도시가 어떻게 설계되고 건축됐는지, 각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변해왔는지 차근차근 짚어낸다. 신문사 서울시 출입기자인 음성원씨와 10년차 뉴요커이자 경관건축가인 최이규씨가 함께 썼다. 두 사람은 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해 “도시를 지탱하는 뼈대와 움직여가는 조직들이 궁금했고, 그것을 해부해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

뉴욕은 권력과 신분제에 기반한 도시들과 달리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도시다. 방사형이나 원형 또는 비정형 곡선이 아닌, 어디든 중심이 될 수 있는 격자망 구조를 기반으로 체계적 성장을 이뤘다. 맨해튼의 경우 가로 270m, 세로 80m의 표준 블록으로 설계됐지만 획일적인 방식만을 고집하진 않았다. 맨해튼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와 센트럴파크는 격자망 구조에 파격을 가한 몇 가지 예다.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과 인접한 첼시 지역에 위치한 하이라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지상 9m 높이의 고가 철로를 시민단체가 공공예산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공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과 인접한 첼시 지역에 위치한 하이라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지상 9m 높이의 고가 철로를 시민단체가 공공예산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공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트리니티 묘지, 플랫아이언 빌딩, 브로드웨이 보행플라자, 미트패킹 지구, 하이라인 등 뉴욕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만한 곳들이 이 책을 보면 달리 보일 것이다. 저자들은 영국계 백인 특권층이 파인 스트리트가 트리니티 교회 묘지를 관통하지 못하게 하려고 세운 독립전쟁 위령탑에서 19세기 사회사를 읽어내고, 평당 6,000만원이 넘는 그리니치빌리지에선 “최고급 도시 공간의 필수조건은 역사성”이라는 명제를 끄집어낸다.

서울시가 참고할 만한 부분도 적지 않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려는 서울시의 계획은 폐철로를 복원해 만든 공원 하이라인이 모델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주변의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도로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브로드웨이 타임스 스퀘어 구간의 보행 플라자에서 영향을 받았다.

저자들은 결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시의 치밀한 정책 시행 과정에 주목한다. 브로드웨이 보행 플라자 사업을 추진하며 뉴욕시는 무리하게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변경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시키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천천히 관찰했다. 1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을 진행한 결과 주변 차량 속도가 개선되고 새로운 상점들이 속속 문을 여는 등 시민들과 지역 상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뉴욕의 도시계획이 이룬 성공과 실패, 그 안에 담긴 특수성에 대한 고찰은 곧 서울시에 건네는 조언과 다르지 않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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