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환생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11일 뉴욕타임스가 중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비꼬듯 보도했다.
중국이 1951년 무력으로 티베트를 합병한 후,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해 55년 동안 티베트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달라이 라마가 중국 정부가 ‘라마 환생제도’를 악용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계자를 세우려 하는 것을 우려해 500여년을 이어온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 자신을 마지막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의 정부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민족종교위원회 주임 주웨이췬(朱維群) 위원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달라이라마의 계승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중국 정부에 있다”며“달라이라마 계승의 복잡한 과정을 보호하는 데 중국 정부가 적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주 의원은 “달라이 라마의 계승 중단 선언은 ‘라마 환생제도’를 믿고 있는 티베트 불교 신도에 대한 배신이다”며 “스스로의 지위를 계승하는 문제에 그런 경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달라이 라마를 강하게 비난했다.
롭상상게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자의적으로 지정하려는 것에 대해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이 다음 교황을 지목하겠다고 나서는 것처럼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무신론을 기본 신념으로 하는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티벳 불교의 환생론에 의지해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정하려는 시도를 칼 마르크스가 알게 된다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 중단 선언에도 티벳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계속 대를 이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콜럼비아 대학 로버트 바넨 현대 티베트 연구지도자는 “달라이 라마가 계승을 멈추겠다고 발언한 것은 티베트 사람들에게 이 문제에 집중하도록 촉구하려는 의도”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는 1995년 달라이라마의 후계자인 판첸 라마의 계승 과정에 개입해 10대 판첸라마의 사후 11대로 지목된 6세 소년 겐둔 치에키 니마를 체포하고, 다른 소년을 내세워 달라이 라마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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