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일광 회장 개입 사실 숨겨
국감서 관련 의혹 일자 두둔 급급
합수단, 이 회장 구속영장 청구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은 애초 터키 무기업체인 하벨산이 5,100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중개상인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2009년 방사청에 가격을 부풀려 제시해 최종 9,600만 달러(당시 1,365억원)로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방사청장은 국회에서 “무기중개상이 개입됐는지는 모르고 하벨산과 방사청이 직접 거래를 한 것”이라고 허위 증언한 사실도 드러났다.
12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에 따르면 2009년 EWTS 사업 계약 당시 최초 제시된 1억4,000만 달러는 터키 하벨산이 아닌 이 회장이 제시한 금액으로 밝혀졌다. 이후 이 회장은 최종 계약금액을 9,600만 달러로 수정해 EWTS 사업을 따냈다. 합수단은 계약금액과 하벨산이 제시한 5,100만 달러의 차액인 4,500만 달러를 이 회장이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하벨산 장비에 연구개발의 추가 옵션을 붙이는 수법을 동원했다. 실제로 하벨산의 장비를 기초로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3, 4가지 옵션을 얹어 납품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후 연구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합수단 관계자는 “계약 체결 이후 SK C&C가 연구개발 용역을 따내 그 중 일부를 다시 일광그룹 계열인 일광하이테크와 솔브레인에게 하청ㆍ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이권을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이날 오후 이 회장과 권모 전 SK C&C 상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오전에는 솔브레인의 조모 이사를 체포해 이 회장과 공모 과정을 캐고 있다.
합수단은 방사청을 대상으로 계약체결과 연구개발 감독 과정에 비위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이 일광공영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했으나 방사청은 일광공영을 두둔하기에 급급했다. 2009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예산심의 회의에서 변무근 당시 방사청장은 “(일광공영이) 원가를 부풀리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회장 측을 옹호했다. 그는 “터키 측에서 처음에 1억4,000만 달러를 제시했는데 6개월 간의 줄다리기 협상에서 4,600만달러, 32%를 절감했다”며 “무기중개상이 개입됐는지는 모르며, 어디까지나 하벨산과 방사청이 직접 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해 10월 8일 국방위원회 방사청 국감에서도 일광공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김영우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일광공영이 러시아제 무기도입 사업인 불곰사업 관련) 비리문제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올 초에도 1,0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수주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2001년 국방위원회 예산심의 때도 군납 실적이 약 3억원에 불과한 일광공영이 갑자기 3,000억원 대의 대형무기사업 판매권자로서 나선 것에 대해 의혹이 불거진 사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많은 의혹이 제기된 무기중개업체가 다시 (군납품 관련) 탈세 및 비자금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광공영이 과거부터 대규모 무기수입에 수 차례 개입한 것을 두고 군의 전력 차질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당시 변 청장은 “무기중개상과 전력화는 별도의 문제”라며 선을 긋기까지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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