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경찰, 흑인에 집중 교통범칙금
법무부 발표 뒤 여론 악화
시위대 오전부터 몰려들어
"경찰서 향해 갑자기 4, 5발 총성"
최근 흑인들을 표적 단속한 사실이 드러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경찰서 앞에서 12일 총격이 발생, 경찰 2명이 총에 맞았다. 지난해 8월 경찰이 비무장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하면서 촉발된 퍼거슨시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미 언론은 12일 새벽 퍼거슨경찰서 앞에서 총격이 발생해 경찰 2명이 총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존 벨마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32세 경찰 한 명은 오른쪽 눈 아래 뺨에, 또 다른 41세 경찰은 어깨에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총알이 뺨을 관통해 귀 뒤에 박히는 등 치명상을 입었지만 둘 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경찰서 앞에는 토머스 잭슨 퍼거슨경찰서장이 ‘퍼거슨 사태’ 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날 사의를 밝힌 것을 축하하는 150명의 시위대가 밤새 모여 있었다. 시위대가 해산할 무렵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총성이 울렸고 이에 놀란 시위대 일부는 땅에 엎드리거나 뛰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목격자 마커스 로이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4, 5발의 총성이 들렸다”며 “30초쯤 후에 경찰이 쓰러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총격이 일어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또 다른 목격자 브래들리 레이포드도 “총구에서 섬광이 나가는 것을 봤다”며 “누군가 경찰서를 향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애초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밤이 되면서 점차 과격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일부 시위대는 “인종차별 경찰은 물러나라” “잭슨 서장의 사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벨마 서장은 “용의자가 경찰 저지선을 향해 총을 쐈고 우리는 계획된 범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사건 현장 사진에는 피가 묻은 경찰 헬멧과 곤봉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당시의 격앙된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지난해 이후 한 동안 잠잠했던 퍼거슨시의 인종차별 논란은 8일 미 법무부가 퍼거슨시 경찰이 흑인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차별 정책을 펼쳤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퍼거슨시는 흑인을 집중 겨냥해 교통범칙금 같은 경범죄 관련 벌금을 부과해 왔다. 흑인을 시 재정 확충을 위한 돈벌이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퍼거슨 사태 이후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잭슨 서장이 이날 자리에 물러난 것도 법무부 발표로 인한 여론악화가 주 원인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법무부의 조사결과 발표 후 퍼거슨시 법원의 로널드 J 브록메이어 판사는 9일 사표를 제출했고 퍼거슨시에서 경찰을 관리하는 행정담당관 존 쇼도 10일 사퇴 뜻을 밝혔다.
잭슨 서장은 마이클 브라운 총격 사망 사건 발생 후 일주일 가까이 총을 쏜 데런 윌슨 경관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마이클 브라운의 절도 행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정당방위였음을 부각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퍼거슨시 인구 2만1,000명 가운데 흑인 비율은 67%에 달하지만 법원 직원, 경찰 등 공무원은 잭슨 서장을 비롯해 대부분 백인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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