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90%가 예대마진에 달려
금리 내려갈수록 수익 악화 불가피
은행들 해외사업 더 강화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이어질 듯
국내은행들의 올해 경영 실적에 비상등이 커졌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데다 예대금리에 의존하는 은행권 관행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탓이다. 이에 따라 비이자수익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인하함에 따라 은행권의 예금 및 대출금리도 잇따라 하향될 예정이다. 정기예ㆍ적금 상품의 경우 연 1%대 상품으로 전환되고,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역시 줄줄이 인하될 전망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시점에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됐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수익의 90% 가량을 대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금리가 내려갈수록 이자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2013년 1.9%에서 지난해 금리인하를 거치며 1.79%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던 2009년 1.98%에 비해서도 0.19%포인트 낮은 수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1.82%→1.56%) 하나은행(1.52%→1.47%), 외환은행(2.11%→1.88%)의 하락폭이 컸다. 이번 금리인하에다 다른 요인까지 더해지면 일부 은행의 경우 순이자마진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예상보다 빨리 금리가 인하돼 은행들은 올해 내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순이자마진(NIM)이 0%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초저금리에 대비하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을 옥죄고 있는 정부의 압박도 만만치 않은 악재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금융권이 예대금리차에 안주하며 수익 창출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은행권을 겨냥한 비판을 잇따라 쏟아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카드사 수수료 인하 여건이 충분하다”고 밝히며 소비자 이익을 위해 은행권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2%대 안심전환대출 상품의 경우 은행당 최고 5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선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체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남미나 두바이 등 신규 지역 진출을 통해 해외 사업에 강화하고(신한은행), 외국인직접투자(FDI) 사업 비중을 늘리고(우리은행), 변방 업무였던 신탁과 수탁 수수료 유치 확대에 주력하는(농협은행) 것도 이 때문이다.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노사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10년 3,2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만큼 감원 규모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전문위원은 “이미 취약해진 이익창출력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올해 자체적인 수익원 다변화 노력의 성공여부에 따라 은행들의 미래가 갈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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