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관계 훼손 우려" 학계·언론까지 나서 강경 목소리
우리나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우려 표명 수위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처음 사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해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으론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문제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중간 이견이 표면화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며 한국에 신중한 대응을 당부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이를 공식 제기하며 문제 삼기 시작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요구 받자 “우리는 관련국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양자관계의 대국적인 측면에서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며 “어떤 국가라도 자신의 안보를 추구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안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이 지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결정할 땐 중국의 이익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당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도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사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북한의 장사정포와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방어 체계 구축 필요성은 인정하겠지만 사드는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에 달하는 사드의 사거리와 탐지범위 등을 감안할 때 북한보단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게 중국의 우려다. 또 사드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더 가속화하면서 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란 입장이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과 학계를 통해 좀 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사드는 한국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순 없다”는 기고문을 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며 미국의 요구에 복종한다면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의 최저선을 손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는 12일“‘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의 무기를 사 들여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중국에 팽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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